[휴지통] 편의점 강도, 종업원 바지 벗긴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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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지 못하게 하고 도주

12일 오전 6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 고모 씨(21)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홀로 근무하고 있었다. 가게에 손님이라곤 20대 남성 한 명뿐이었다. 한참 동안 물건을 뒤적거리던 그는 드디어 물건을 골랐는지 계산대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가 들이민 건 돈이 아니라 길이 25cm 정도의 날카로운 과도였다. 고 씨는 가게에 있던 현금 155만 원을 그대로 빼앗겼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그 다음이었다. “바지 벗어.” 갑자기 그는 바지를 벗으라고 명령하더니 고 씨가 바지를 다 벗자 그 바지를 낚아채 허겁지겁 달아났다. 순식간에 바지가 벗겨진 고 씨는 그 상태로 쫓아갈 수 없어 머뭇거리다 김 씨를 놓치고 말았다.

편의점에서 돈을 빼앗고는 종업원이 뒤쫓아 오지 못하게끔 바지를 벗기고 달아난 황당한 범인이 붙잡혔다. 경찰은 편의점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와 범죄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김모 씨(25)를 붙잡았다고 28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서울지역 편의점 4군데에서 238만 원을 강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3년 전에도 편의점에서 강도질을 하다 붙잡혔던 김 씨가 이번에는 수법을 진화시켜 피해자들의 바지를 벗기고 현장을 빠져나갔다”며 “피해자 가운데 여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는 김 씨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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