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부사장은 왜 자살을 택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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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최고 엔지니어
스톡옵션 주식만 75억 넘어
“부서이동 스트레스” 유서

삼성전자 현직 부사장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 동기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6일 오전 10시 30분경 삼성전자 이모 부사장(51)이 자택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모 아파트에서 투신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유족 증언과 사체 검안 등을 통해 이 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이날 부검 없이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투신하기 전 자택에 부서 이동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한 유서를 A4용지에 써서 남겼다.

이 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KAIST 전자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를 거쳐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및 공정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으며 2006년에는 그룹 내 최고의 엔지니어에게 주는 ‘삼성 펠로’에도 선정됐다.

그가 지난해 3분기(7∼9월)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삼성전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주식은 9400여 주로 27일 삼성전자 주가(주당 80만 원)로 환산하면 75억 원이 넘는다. 남부럽지 않은 ‘부’와 엔지니어로서의 ‘명예’ 모두를 가졌지만 한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지인 사이에서는 ‘끊임없는 압박감’이 이 부사장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부사장은 2009년 초 기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새로운 분야인 시스템 비메모리(LSI) 개발실장에 임명됐지만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의 한 지인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인 메모리 분야를 맡다가 새로 개척해야 하는 시스템 LSI를 맡게 돼 그동안 심적 압박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평생 좌절을 모르다 최근 맛본 좌절에 성급한 결정을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고속 승진을 계속했는데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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