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시아의 시차를 이용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부정행위가 처음으로 적발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올 들어 처음 실시된 시험에서 또다시 SAT 문제지 유출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SAT 문제 유출이 학원을 중심으로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3일 경기 가평의 모 중학교에서 치러진 SAT 시험에서 직접 시험에 응시해 문제지를 빼돌린 혐의로 R어학원 강사 장모 씨(36)와 장 씨가 10만 원씩 주고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차모 씨(24) 등 대학생 3명을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장 씨에 대해서는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당초 강원 횡성의 모 고교에서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당일 가평의 중학교로 시험장소를 바꿨다. R어학원은 지난해 시차를 이용해 SAT 시험지를 빼돌린 E어학원의 김모 강사가 현재 소속된 학원이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 등은 사전에 문제지를 빼돌리기로 공모한 뒤 각자 맡은 부분을 칼로 찢거나 공학용 계산기에 입력해 가지고 나오는 등의 수법으로 시험문제를 빼돌렸다. SAT 국내 시행기관인 미국교육평가원(ETS)에 따르면 이들이 시험문제를 유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11월, 12월 시험에서도 함께 응시해 동일한 수법으로 문제지를 빼낸 것으로 밝혀졌다. ETS는 장 씨가 문제지를 빼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2월 인지하고 이들을 주목해 왔다. ETS 본사는 최근 한국에서 SAT 시험문제 유출 논란이 일자 21일 시험보안 담당 임원을 한국에 급파했고, 시험 당일인 23일 경찰에 이들 4명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에서 장 씨는 “수강생들에게 수업 자료로 활용하려고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시차를 이용해 미국에 있는 유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장 씨의 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하고 장 씨의 e메일 기록을 분석하는 등 시차를 이용한 부정행위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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