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 회원정보 유출 책임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5일 03시 00분


법원, 14만명 집단손배소 원고패소 판결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본 옥션 가입자 14만5159명이 낸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옥션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임성근)는 14일 옥션 가입자들이 옥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령이 요구하는 기술적 보안 수준과 해킹 당시 조치 내용, 가입자의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옥션 측에 배상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킹 사고 방지 의무를 어겨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경우에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다”며 “옥션이 근본적으로 해킹을 막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사고 당시 준수해야 할 방지 의무를 위반해 관련법에 정해진 기준을 어겼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옥션이 방화벽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방화벽 설치는 의무적인 것이 아니며 사고 당시 다른 업체들도 방화벽을 신뢰하지 않아 이용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한 뒤 “옥션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판결과 별도로 기업이 도의적,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피해자들에게 특전을 부여하거나 적절한 조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08년 1월 중국인 해커들이 옥션 사이트를 해킹하면서 회원 약 108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그 직후 피해자들을 모으는 인터넷 소송 카페가 생겼고 이들이 수백∼수만 명 단위로 30건에 이르는 소송을 내면서 원고(原告) 수가 사법 사상 최대인 14만5159명에 달했다. 옥션이 소송에서 질 경우 배상액이 최소 수십억 원에서 많으면 10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파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원고 측 박진식 변호사는 “재판부가 기술적인 문제를 잘못 이해했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박 변호사는 “사건 발생 2년 전부터 악성코드가 광범위하게 퍼져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이를 경고하는 한편 대책을 마련하기도 해 옥션이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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