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 허풍의 여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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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독신자카페서 연봉 300억 금융변호사 사칭
모델 사진 올려 투자 유인… 8억 챙긴 40대 구속

올 2월 초 M증권사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김모 씨(37)는 자주 찾는 독신자 인터넷 카페에서 안모 씨(40·여)를 알게 됐다. 채팅을 통해 친해진 안 씨는 자신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연봉 300억 원을 받고 있는 미국 골드만삭스 본사의 금융변호사라고 소개했다. 안 씨는 “아버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친구였고 한명숙 전 총리가 고모”라며 “현재 4대강 개발자문위원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식사도 했다”고 밝혔다.

김 씨가 외모를 궁금해하자 안 씨는 e메일로 자신의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탤런트 뺨치는 미인이었다. 이후 안 씨는 김 씨에게 “주식 투자로 거액의 수익을 남겨줄 테니 투자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의심도 없이 1억4000만 원을 안 씨의 계좌로 보냈으나 알고 보니 안 씨는 고졸에 무직자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8일 사회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것처럼 속여 인터넷 카페 회원 12명에게서 투자 명목으로 8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안 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 안 씨를 실제 만난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안 씨가 보낸 사진은 모델 사진이었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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