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화로구이촌 ‘불꽃’ 사그라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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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속도 구간 개통 이후
국도이용 손님 20% 급감
“스키시즌 더 걱정” 대책부심

14일 낮 12시경 강원 홍천군 홍천읍 국도 44호선 변 화로구이촌. 예전 같으면 주차장에 차들이 빼곡히 차 있을 시간이지만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았다. 가게 안도 마찬가지. 이곳에서 손님 많기로 소문난 업소인데도 테이블의 반 정도는 비어 있었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홍천 화로구이촌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올 10월 30일 동서고속도로 춘천∼동홍천 구간(17.09km)이 개통돼 설악권을 오가는 차량들이 홍천읍을 거치지 않으면서 손님이 급감한 것. 고속도로를 타면 국도 이용 때보다 운행 시간이 13분가량 단축되기 때문에 운전자 대부분이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손님 급감에 따른 상인들이 말하는 매출 감소 폭은 예년에 비해 20% 정도. 그러나 상인들은 “현재는 비수기라서 체감이 덜하지만 겨울 스키 시즌이 본격화되면 매출 감소 충격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화로구이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업소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평일에도 하루 1000명이 왔지만 요즘은 600∼700명 수준”이라며 “다른 업소들 사정은 훨씬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로구이촌은 수도권에서 설악권을 연결하는 국도 44호선 변에 위치해 일찌감치 유명해졌다. 차기 홍천군번영회장에 당선된 전명준 씨(54)가 1988년 테이블 6개로 시작한 것이 모태가 됐다. 화로숯불구이라는 독특한 방식과 고추장 양념 삼겹살의 감칠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전 씨가 운영 중인 화로구이집은 300여 석 규모의 대규모 음식점으로 변했다. 수도권에 체인점도 생겼다. 한때 서울의 유명 프랜차이즈 회사로부터 수십억 원에 상호와 양념비법을 팔라는 제안도 받았다. 원조집의 성업으로 주변에는 이를 본뜬 화로구이집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주말과 성수기면 관광버스가 하루 종일 주차장을 꽉 메우고 일부 업소 앞에서는 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반복됐다. 현재는 20개 업소에 종업원 2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을 포함해 연간 80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 개통 후유증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도 이용 차량이 줄어든 탓에 생긴 일이어서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 여기에다 동서고속도로 잔여 구간인 동홍천∼양양 71.6km가 2015년 개통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김희중 홍천군 경제교통과장은 “고속도로 개통 이후 화로구이촌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다”며 “상황을 더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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