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9개 외국어고등학교의 2010학년도 합격생 명단이 발표됐다. 평균 경쟁률은 3.64 대 1로 예년보다 낮았다. 올해부터 지역제한으로 서울지역 수험생이 지원할 수 없었고, 내신 비중이 높아져 합격가능성이 높은 학생 위주로 지원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단계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 안양외고의 경쟁률이 5.74 대 1로 가장 높았다.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이하 용인외고)의 구술면접은 변별력이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일반전형으로 용인외고에 합격한 조재인 군(경기 화성시 봉담중 3)과 성적우수자전형으로 안양외고에 합격한 박소영 양(경기 안산시 중앙중 3)을 통해 외고 합격 비결을 살펴봤다.》
¶ 일반전형으로 합격한 조재인 군 “평소 부모님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구술대비”
○ 토론, 논술, 글쓰기로 구술면접 공략
조재인 군은 용인외고 내신산출방법으로 내신 성적이 상위 1.8%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까지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학원수업에만 의존하다보니 전교 석차는 100등 밖이었다.
용인외고 진학을 꿈꾼 후 최상위권 학생들의 공부법을 벤치마킹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학교수업에 열심이었다. 담임선생님에게 부탁해 교탁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목별 학습계획을 세워 내신 성적 올렸다.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2등,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했다.
조 군은 “영어실력은 단어가 좌우한다”고 했다. 단어가 부족하면 속독과 정독이 어렵고 영어듣기도 정확히 들을 수 없다는 것. 조 군은 영어단어를 △확실히 아는 것 △대충 아는 것 △모르는 것으로 구분해 단어장에 정리했다. 모르는 단어는 하루 5회, 대충 아는 것은 3회, 확실히 하는 것은 1회씩 반복해 외웠다. 조 군은 단어를 쉽게 외우는 방법으로 ‘단어 쪼개보기’를 추천했다. ‘dislike’라는 단어는 동사에 붙어 반대 동작을 의미하는 ‘dis’와 ‘like(좋아하다)’가 조합된 단어로서 ‘싫어하다’는 의미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조 군은 외고입시를 위해 경시대회나 공인영어시험 준비를 하지 않았다. 대신 평소 집에서 부모님과 ‘양성평등’ ‘통일’ 같은 주제로 토론했다. 토론 예의나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내 주장을 펴는 법을 배웠다. 학교에서 문예반으로 활동하면서 논술, 토론, 글쓰기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은 자연스럽게 용인외고 구술면접전형 대비가 됐다.
면접 1단계에선 ‘저출산과 고령화’에 관한 토의가 이어졌다. 조 군은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복지혜택 수준을 높이고 출산장려정책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면서 “국민인식 개선을 위해 방송매체를 활용하자”고 덧붙였다.
개별면접에서는 “미래 직업과 관련해 나의 장점을 말해보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조 군은 “장래희망은 외교관이며 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에 능통하고 국제정세에 민감해야 한다. 나는 특히 중남미 지역에 관심이 많으며 영어와 스페인어 등 외국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국내 뉴스뿐 아니라 BBC, CNN 같은 국제뉴스도 청취한다”고 답했다.
¶ 성적우수자전형으로 합격한 박소영 양 “하루 70∼100개 기출 영단어 반복 암기”
○ 내신 상위 1%의 비결은 학교 수업
박소영 양은 초등 저학년 때부터 외고를 꿈꿨다. 어머니가 스크랩해준 외고 관련 신문기사를 보면서 막연했던 외고에 대한 꿈을 구체화했다. 본격적으로 외고 입시준비를 시작한 올해 3월에는 동아일보 교육섹션 ‘신나는 공부’에 실린 안양외고에 관한 기사를 보고 ‘이 학교를 선택하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영어와 수학에 고르게 관심이 있었던 박 양은 ‘수학 잘하는 학교’로 소문난 안양외고에 매력을 느꼈다.
박 양은 안양외고 내신산출방법으로 상위 1.37%. 성적우수자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중학 3년 동안 전 과목 평균 점수는 97∼99점이었다.
박 양은 전 과목을 지도하는 종합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다. 시험기간에는 학교 선생님이 준 프린트와 교과서를 완전히 이해한 후 문제집을 풀면서 공부했다. 박 양은 “시험 2주 전에는 학교의 3년 치 기출문제를 풀었고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위주로 공부했다”고 했다.
내신 최상위권의 비결은 ‘수업시간’에 있었다. 수업시간 절대 손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 펜을 놓는 순간 잠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선생님 설명을 집중해 적고, 시험기간에는 교과서 필기를 보고 수업내용을 상기하며 다른 노트에 또다시 정리했다.
영어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등 영어소설을 읽었다. 박 양은 “한국어로 책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문맥을 이해하면서 영어단어를 자연스럽게 터득했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본격적으로 외고 영어시험을 준비했다. 하루 70∼100개 기출단어를 외웠다.
영어어휘학습서인 ‘워드 스마트’ 한 권을 통째로 외웠다. 박 양은 “꾸준히 반복해 외우는 것이 단어암기의 지름길”이라면서 “안양외고에 합격한 후에도 1년 동안 공부한 단어를 반복해 암기하고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