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소리내 읽으며 눈-입과 친해지고… 단어카드로 뜻 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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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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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첫 걸음

조금 익숙해지면 ‘手→ 手話, 手足…’등 어휘력 키우고
초등학교 고학년 책 신문 등 읽기자료로 심화학습

《겨울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등생에게 두 달여의 긴 방학은 한자학습으로 어휘력과 교과 이해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자녀의 수준에 따라 겨울방학 한자학습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활동으로 한자를 공부하면 한자실력은 물론 학습의 기초체력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자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라면 우선 상형문자 위주의 기초한자 50∼200개를 목표로 공부하는 게 좋다. 이땐 한자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방법을 활용한다. 처음부터 무조건 한자를 외워서 쓰게 하면 곧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먼저 하루 5자, 10자 식으로 학습량을 정한다. 새로 익힐 한자를 큰 소리로 반복해 읽으며 눈과 입에 한자의 모양과 뜻이 익도록 한다. 그런 다음엔 단어카드를 만들며 쓰기연습을 한다. 예를 들어 불 ‘화(火)’를 익혔다면 앞 장엔 모닥불 그림을 그리고, 뒷장엔 한자와 한자의 뜻과 음을 적는 카드를 만든다.

주말엔 단어카드를 이용해 가족끼리 뜻을 맞히는 게임을 하거나 카드를 바닥에 늘어놓고 의미가 반대되는 한자를 찾아 연결하는 게임을 하는 등 ‘놀이’를 통해 복습한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단어는 따로 모아두고 반복해 본다.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찾는 놀이도 도움이 된다. 자녀에게 “주방엔 어떤 한자가 숨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자극한 뒤 “밥을 먹는(식) 탁자(탁)니까 ‘식탁(食卓)’이구나” 식으로 설명해주면 자녀는 한자를 친근하게 여긴다.

한자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한자학습 만화책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 하지만 학습만화에도 ‘그림자’는 있다. 만화만 훑어보고 정작 한자는 허투루 넘기는 경우도 많고, 만화책으로만 익히다 보면 ‘쉬운 한자’에만 익숙해져 본격적으로 난도 높은 한자를 익혀야 하는 순간엔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 한자 만화책을 읽은 뒤엔 책에 나온 한자들을 조합해 한자어를 만들어 보거나, 해당한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서 특정 한자가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하는 ‘학습활동’을 이어주는 게 바람직하다.

어느 정도 한자에 익숙한 학생이라면 ‘한자어로 어휘력을 높인다’는 학습목표를 세운다. 손 ‘수(手)’를 새로 익혔다면 ‘수화(手話)’ ‘수족(手足)’ 같은 한자어를 찾아 함께 공부한다. 이렇게 한자를 익힌 뒤 그 한자가 쓰인 한자어를 5개 이상 찾는 연습을 하면 어휘력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 수(手)가 ‘손’이란 뜻 외에도 ‘가수(歌手)’ ‘고수(高手)’처럼 ‘사람’의 의미도 갖는다는 것까지 공부하면 어휘력은 배가된다.

‘축구(蹴球)’ ‘공연(公演)’처럼 그날 배운 한자어를 주제로 일기를 쓰거나 일기를 한글로 쓴 뒤 몇 개의 중요단어만 한자어로 바꿔보면 한자를 정확히 쓰고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엄마가 일상적인 대화내용 속에서 “냉장고 안에 있는 귤(橘)을 꺼내 먹으렴” “책상(冊床)에 앉아 숙제(宿題)를 하자”처럼 한자 또는 한자어를 쪽지에 써 자녀와 주고받는 것도 방법.

익힌 한자들을 조합해 나만의 재미난 한자어를 만드는 놀이는 직관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한자로 만든다고 하자. 자녀는 ‘걸어 다니며 말을 할 수 있는 기구’란 의미에서 걸을 ’보(步)’에 말씀 ‘언(言)’을 연결해 ‘보언(步言)’이라는 자기만의 단어를 만들어볼 수 있다. 비록 정확한 표현은 아니더라도 이렇듯 뜻을 조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연습을 하다 보면 처음 본 한자어도 유추를 통해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이런 연습을 꾸준히 한 학생은 한자어로 된 수학, 과학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유리하다.

초등 고학년이라면 교과서, 책, 신문처럼 읽기자료를 활용해 한자를 공부하는 게 좋다. 먼저 신문기사나 사설을 스크랩해 읽고 모르는 한자어, 고사성어를 찾아 형광펜으로 눈에 띄게 표시한다. 앞뒤 문맥을 통해 한자어의 의미를 먼저 유추한 다음 사전을 찾아 정확한 의미를 파악한다. 그런 다음 노트에 한자어와 뜻을 적고 한자어가 쓰인 문장까지 통째로 적은 뒤 한자어 또는 고사성어를 활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본다. 이런 연습으로 어휘력은 물론 독해력, 문장력까지 쌓을 수 있어 일석삼조(一石三鳥)다.

교과서도 마찬가지. ‘이등변삼각형’ ‘관혼상제’ ‘입법’처럼 상급학년으로 진학하기 전 익혀야 할 개념과 용어를 노트에 쭉 적고, 한자어의 뜻을 통해 개념의 원리를 파악한다. 특히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에 어려운 한자어가 대거 등장하는 초등 4학년 이후부턴 용어나 개념을 접했을 때 그 의미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는가는 학습능률과 직결된다.

겨울방학 때 1년 동안 배운 내용을 총정리한다는 목표로 주요 과목 교과서에 나오는 핵심 한자어를 정리하면 어휘력은 물론 교과이해에 바탕이 되는 기초개념을 확실히 익힐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활동은 내년 1학기 수업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겨울방학 동안 한자급수시험을 목표로 한자학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험은 자녀에게 한자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뿐 아니라 실력점검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된다. 두 달간 한자학습을 열심히 한 뒤 시험에 통과하면 자신감과 성취감이 생겨 어려운 수준까지 도전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일부 특수목적고 또는 자립형사립고에선 한자 실력이 우수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므로 이런 고등학교에 지원하고자 하는 초등생이라면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겨울방학은 한자시험에 도전해볼 만한 좋은 기회다.

<도움말: 이순동 구몬교육 연구소장, 김미화 서울 선정고 한문교사>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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