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박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최근 경북도환경연수원 내 연못에서 잡은 가재에 대해 ‘에코 가이드’ 연수생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이권효 기자
“가재가 산다는 것은 이 작은 연못의 생태환경이 매우 건강하다는 표시죠. 포식자인 가재가 여기서 ‘군기반장’ 역할을 하는 겁니다.” 경북 구미시 남통동 경북도환경연수원에서 최근 열린 ‘에코가이드’ 연수에서 박진영 박사(안동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34·여)는 연못에서 가재 한 마리를 잡아서 들며 이렇게 말했다. 연수생들은 “이런 연못에 사는 가재나 잠자리 유충의 삶을 보니 연못에 대해서도 이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잠자리 유충은 연못 바깥으로 나온 뒤에는 ‘모기 사냥꾼’이라는 별명답게 모기에게 두려운 존재가 된다.
자연생태에 대해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교육을 받은 경북지역 12개 시군의 주민 43명이 에코가이드로 활동할 준비를 마쳤다. 에코가이드는 자연생태 현장 곳곳에 배치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자연의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안내자. 문화유적지에 배치돼 활동하는 문화유산해설사와 비슷한 역할이다. 이들은 올 10월 중순부터 지난주까지 경북도환경연수원에서 8주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이 연수원의 심학보 제상훈 심재헌 박사를 비롯해 박희천 경북대 자연사박물관장, 이율경 국립환경과학원 전문위원, 최재신 경북대 생물학과 교수, 전원배 우포생태학습원 사무국장, 정헌천 함평곤충연구소장 등 20여 명이 맡았다.
연수생들은 조류와 어류, 야생화, 식물, 화석, 가정원예, 습지, 곤충, 지구환경 등 자연생태의 거의 모든 분야를 공부해 ‘1기 에코가이드’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하다. 연수생 대표로 수질공학 석사인 이기백 씨(55·성주군 선남면)는 “하수처리 분야 사업을 하면서 자연생태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참여했다”며 “이번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성주의 가야산 생태환경을 연구하고 등산객들에게도 잘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경주에서 청소년자연생태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김명숙 씨(50·여)는 “청소년들과 자연생태 탐사를 하면서 좀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었다”며 “전문가들을 통해 생태공부를 해보니 나무를 넘어 숲을 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울진에서도 4명이 참여했다. 이종은 씨(45·울진읍)는 “매주 2회 울진에서 4시간가량 차를 몰고 구미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자연생태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17일 열리는 수료식에서 연수생들이 도내에서 에코가이드로 활동할 수 있도록 위촉할 예정이다. 류성엽 연수원장은 “경북의 자연생태 자원의 가치를 높여 수준 높은 생태체험관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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