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강성노조를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 문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현대차 노조에 총파업 참여를 요청한 상태여서 복수노조 등 노동현안을 둘러싼 현대차 노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한 주요 기업의 입장은 개별 회사의 상황에 따라 다르다. 노조활동이 미약한 삼성, LG그룹과 포스코 등은 복수노조 시행으로 강경 성향의 노조가 생기면 노무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복수노조만 시행되지 않으면 현재의 전임자 임금지급도 용인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는 복수노조 허용 문제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더 매달리고 있다. 노조가 강성화하고 정치투쟁에 치중하는 데는 전임자 임금지급 관행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판단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지부 전임자를 비롯해 상위 노조(금속노조, 민주노총) 파견자, 임시 상근자 등 총 217명에게 연간 137억 원(1인당 평균 약 6313만 원)의 급여를 회삿돈으로 집행했다. 계열사인 기아자동차는 144명의 전임자에게 87억 원(1인당 평균 약 6042만 원)을 지급했다. 두 회사의 노조 전임자들에게 연간 224억 원이 지출된 셈이다. 현대차 노조의 전임자 급여는 연간 조합비(103억 원)보다 34억 원이나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어디에도 상급단체로 파견된 전임자 임금까지 기업이 주는 곳은 없다”며 “노조가 상근자 인건비는 죄다 기업에 떠넘기고 남는 조합비를 불법파업에 고스란히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어차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노동기구(ILO)의 국제기준을 맞추기 위해 복수노조를 허용해야 한다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도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복수노조 허용 시 계파 간 선명성 투쟁과 노무비용 증가 등의 우려에 대해서 현대차 측은 내심 일본식 복수노조 연착륙을 이상적인 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선 전투적 성향의 집행부에 반발하는 제2 노조가 설립되면서 극단적 투쟁을 막아주는 등 복수노조의 긍정적 형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쓰비시중공업의 경우 한때 수십 개의 노조가 난립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합리적 성향의 노조가 출현해 강경파를 견제하고 결국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17일 5개월 만에 임금단체협상을 재개했지만 복수노조 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과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각각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을 따로 만나 복수노조 문제와 관련한 협조를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일반 노조원들이 임금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어 현대차지부가 민주노총의 총파업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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