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항소심, 1심대로 235억원 배상 판결

  • 동아일보

檢 “과거사 국가책임 인정하나 배상액 과다”… 모든 사건 항소 상고 방침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판사 성기문)는 26일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무기징역 등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전창일 씨 등 사건 관련자 14명과 가족 등 67명이 낸 36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국가는 235억2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혁당 사건이 있었던 1975년부터 5%의 이자가 붙기 때문에 이 판결이 확정되면 실제 지급되는 위자료는 지연이자를 포함해 635억 원가량이 된다.

인혁당 사건은 1975년 중앙정보부가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이라는 학생운동 조직의 배후세력으로 ‘인혁당’을 지목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뒤 관련자 8명을 사형 집행한 사건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2005년 9월 취임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힌 이후 법원에서는 과거 정권에서 가혹행위나 불법구금 사실이 인정된 인혁당 사건 등 19건이 재심을 통해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관련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잇달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지금까지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아람회 사건 등 9건에서 모두 171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은 가혹행위 같은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배상액이 크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모든 사건에 대해 항소 또는 상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과거사 관련 손해배상 청구 사건은 모두 37건으로 손해배상액과 지연손해금까지 합치면 배상금 청구액이 6000억 원에 달한다”며 “이 청구액이 모두 받아들여지면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는 과다한 배상금이 지급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배상액수가 엄청나게 큰 것은 대부분의 사건이 30∼40년이 지난 것이어서 장기간의 이자가 보태진 탓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이 벌어졌던 당시의 시가대로 위자료를 계산한 뒤 그때부터 지연손해금을 가산하든지, 아니면 현재 시가대로 위자료를 계산하되 판결 시점부터 지연손해금을 가산하는 등의 절충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가해자로부터 직접 보상을 받는 길은 없는 걸까. 일단 당시 사건을 기소했거나 재판을 했던 검사와 판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직접 고문 같은 가혹행위를 한 수사관 등에게서 보상을 받는 것은 드물지만 가능하다. 실제로 간첩 혐의로 체포돼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의 고문을 견디다 못해 허위자백한 뒤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던 함주명 씨(78)에 대해 법원은 2006년 11월 “국가와 이 씨가 함께 14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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