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호우-태풍-폭풍 피해 잦은 곳은? 안동시-장성군 15년간 34회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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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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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방재청 자료 분석
전국 3980회 1352명 희생
‘빈도’따라 설치하던 수방시설
기후변화 국지폭우 대처 못해
‘지역별 강수량’ 새 기준 삼기로

최근 15년 동안 호우, 태풍, 폭풍 등의 피해가 가장 자주 발생한 곳은 경북 안동시와 전남 장성군으로 각각 34회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방재청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기초자치단체별 수해 발생 건수를 조사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 기간에 전국에서 총 3980회의 수해가 발생했으며 안동시와 장성군이 34회로 가장 많았다. 수해로 인한 피해액은 전국적으로 18조4711억 원이며, 실종 및 사망자 수는 1352명에 달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시간당 강수량. 시간당 30mm 미만의 비가 내렸을 때 피해 지역당 피해액은 평균 28억 원에 그쳤으나 시간당 30∼50mm의 비가 왔을 때는 57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50∼75mm가 왔을 때 피해 발생 지역당 피해액은 83억 원으로 강수량 증가 추세보다 피해액이 더 크게 늘었다.

○ 지역당 평균 피해액 236억

시간당 75mm 이상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도 91회나 발생해 지역별로 평균 피해액이 236억 원에 달했다.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은 “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 발생 횟수가 일반적인 생각보다 훨씬 많고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영향으로 이상 강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별로 시간당 강수량에 따른 피해 규모를 고려해 재난대응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방이나 배수펌프장 등 수해 방지 시설은 ‘빈도’ 개념에 따라 설치돼 왔다. 주요 국가 하천 제방은 100년 빈도, 즉 100년에 한 번 내릴 정도의 강수량에 버틸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됐다. 지류는 이보다 낮은 빈도가 적용됐고 배수펌프장도 저마다 다른 빈도가 적용됐다. 이 때문에 ‘게릴라성 폭우’ 등 이상 기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방재청은 기후변화가 일반화됨에 따라 이상 강수 현상이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중시해 앞으로는 지역별로 시간당 강수량을 고려한 지역단위의 종합적 방재 개념을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도로는 10년 빈도, 배수펌프장은 20년 빈도, 하천 지류는 50년 빈도’로 수방 시설을 갖췄던 A지역(강수 영향권)의 모든 수방시설은 앞으로 ‘시간당 40mm 폭우’에 견디도록 설치 기준을 바꾸는 식이다.

빈도에서 지역별 강수량으로 개념이 바뀌면 실제 강수 영향권 내 모든 수방시설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수방 능력을 갖추게 된다. 방재청은 자치단체별로 어느 강수량 수준의 방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정하기 위해 전문기관을 통해 15년간의 수해 발생 현황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 새로운 방재 시스템 도입

소방방재청은 내년 10월 ‘제4차 재해위험 경감 아시아 각료회의’를 개최한다. 최근 발생하는 재해가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 인접 국가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공통적인 재난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기 때문. 강병화 소방방재청 방재관리국장은 “국제적 협력을 통해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자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라며 “방재청은 기후변화대응과를 신설하고 빗물 저류지(貯溜池)를 만드는 등 새로운 방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재청은 2013년까지 빗물을 저장하는 시설 40곳을 만들 계획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재해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 도심에도 지하에 빗물을 담는 공간을 마련하고 지상에는 공원을 조성하는 형태로 조성할 계획이다.

장석환 대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재해 예방을 위해 빈도 개념 대신 선진국처럼 지역별 강수량을 고려한 방재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특정 지역의 방재시설이 실제 위험도보다 낮게 설치되지 않도록 재해 위험도를 명확히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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