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수학동아와 함께하는 수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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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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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1m 가는 거북을 1초=10m 아킬레스가 못 이긴다?

가장 명확한 학문으로 꼽히는 수학에도 신비로움이 숨겨져 있다. 면도 못하는 이발사, 거북을 못 이기는 영웅이 사는 역설의 세계에 빠져 보자.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역설의 논리


드라마 ‘선덕여왕’에는 미실 새주가 비담과 불꽃 튀는 머리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늘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비담에게 미실 새주는 “네놈은 언제 죽을 것 같으냐?”고 묻는다. 만약 오늘 죽는다고 하면 내일 죽이고, 내일 이후라면 당장 죽이려는 심보였다. 이때 비담은 “소인의 명운은 신국의 임금이신 폐하보다 3일이 모자라는 운명이옵니다”라고 답한다. 자신이 죽으면 3일 뒤에 왕도 죽는다고 말해 자신을 죽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피한 비담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수학에는 비담이 처한 상황과 비슷한 ‘역설’이 존재한다. 역설이란 논리적으로 모순된 표현법을 뜻한다. 영국의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1901년 “자신을 원소로 갖지 않는 모든 집합의 집합 A가 있을 때, A는 자기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는가?”란 문제가 역설임을 처음으로 밝혔다. 만약 A가 자신을 원소로 포함하지 않는다면 집합 A의 정의에 따라 자신은 A의 원소가 돼야 한다. 반대로 자신을 A의 원소로 포함한다면 집합 A의 정의에 어긋난다.

러셀은 ‘세비야의 이발사’를 역설의 또 다른 예로 제시했다. 스페인 세비야의 한 이발사는 문 앞에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모든 사람을 면도해 드립니다”라고 써 놓았다. 만약 이 이발사가 스스로 면도를 한다면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 사람만을 면도한다는 전제를 충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면도하지 않는다면 전제에 따라 자기 자신을 면도해야 하는 역설에 빠진다.

1913년 영국의 수학자 주르댕은 ‘카드 역설’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카드 한 장을 꺼내 앞면에 “이 카드의 뒷면에 적힌 문장은 진실”이라고 썼다. 그런 다음 카드를 뒤집어 “이 카드의 다른 면에 적힌 문장은 거짓”이라고 썼다. 앞면의 문장이 참이면 뒷면의 문장은 진실이어야 한다. 뒷면의 문장이 진실이려면 앞면의 문장이 거짓이어야 한다. 결국 앞면의 문장이 참이라는 가정과 모순을 이룬다. 앞면의 문장이 처음부터 거짓이라면, 뒷면의 문장은 거짓이 되므로 다시 앞면의 문장이 참이어야 한다. 이 또한 모순이다.

○ 아킬레스보다 빠른 거북?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스에게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이 달리기 경주를 신청했다. 아킬레스는 1초에 10m를 달리고, 거북은 1초에 1m를 달린다고 하니 승부는 결정 난 셈이나 다름없다. 거북은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자신이 느린 만큼 아킬레스보다 10m 앞에서 출발하겠다는 것. 10m 정도야 금세 따라잡을 것이라 확신한 아킬레스는 거북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과연 아킬레스는 이 경주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리스의 철학자 제논은 거북의 승리를 장담했다. 아킬레스가 거북을 따라잡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결코 거북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논에 따르면 아킬레스가 10m 지점에 도착했을 때, 거북은 이미 10+Am 지점에 가 있다. 아킬레스가 10+Am 지점에 왔을 때 거북은 조금 더 앞인 10+Bm 지점에 있다. 이처럼 아킬레스가 아무리 달려도 거북은 항상 조금씩 더 앞에 가 있게 된다.

아킬레스가 거북을 언제 따라잡는지 계산해 보자. 달리기를 시작한 지 1초가 지나 아킬레스가 10m 지점에 왔을 때, 거북은 10+1=11m에 도착한다. 1.1초 뒤라면 아킬레스는 11m, 거북은 10+1.1=11.1m에 가 있다. 조금만 시간을 더 보태면 따라잡을 것 같다. 만약 1.11초 뒤라면 아킬레스는 11.1m, 거북은 10+1.11=11.11m에 있다. 아킬레스가 이길 거라는 상식에 맞춰 계산했음에도 뭔가 이상하다. 이것은 무한 반복이 무한한 결과를 낳아 아킬레스가 거북을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데 문제가 있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asysuh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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