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용의 산실’ 시골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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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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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신풍공부방 출신 청소년 3명
2년에 걸쳐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전남 여수의 한 농어촌 마을 학부모들이 만든 공부방에서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 3명이 나왔다. 여수시 입구 여수공항 주변마을인 율촌면 신풍리. 147가구, 주민 432명이 살고 있는 전형적 시골 마을이다. 신풍초등학교 학생 71명 가운데 20%는 조부모와 손자들만 사는 조손가정으로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

이 작은 마을에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가 2년에 걸쳐 3명 나왔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이영종 군(19·KAIST 대학원 1년), 김진화(16·순천대 2년) 박지원 양(15·순천대 1년).

이들에게는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신풍초교를 졸업한 뒤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공통점이 있다. 어린 나이에 곧바로 대학에 진학한 것도 같다. 이 군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다쳐 장애를 앓고 있어 기초생활보장을 받고 있다. 김 양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장애를 앓고 있다. 박 양은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상황에서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주민들이 만든 신풍공부방(현재 참사람 지역아동센터)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대학생이 된 뒤에도 공부방 교사로 나란히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군은 “신풍공부방의 교육은 전국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을 것”라며 “신풍공부방이 인재상을 받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신풍공부방은 1978년 인근에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밀려난 주민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2005년부터 정부지원이 시작돼 참사랑 지역아동센터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주민 100여 명이 여전히 십시일반으로 후원하고 있다. 현재 삼성봉사단에서 파견하는 원어민 교사 1명과 일부 정부 보조를 받는 교사 7명이 방과 후에 검정고시 준비생 등 50여 명을 가르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우수 인재들을 발굴, 육성할 목적으로 주는 대한민국 인재상은 올해 전국 고교생 60명, 대학생 40명 등 총 100명을 선발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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