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울렸던 그 합창단 신종플루에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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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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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확진환자 나와 정기공연 취소

중증장애인 31명으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이 정기 공연을 위해 지난달 29일 마스크를 쓴 채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홀트일산복지타운
중증장애인 31명으로 구성된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이 정기 공연을 위해 지난달 29일 마스크를 쓴 채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홀트일산복지타운

이명박 대통령이 눈물을 흘려 유명해진 중증 장애인 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이 연습일인 4일 오후 울음보를 터뜨렸다. 지적장애와 백색증을 앓는 최고령 단원 한대영 씨(51)가 “그러면 우리 공연을 못한다는 거냐”고 말한 뒤 눈물을 흘리자 독창하기로 했던 추한솔 군(15)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내 전 단원이 한동안 울었다.

이들이 눈물을 흘린 것은 10일 오후 7시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방송인 정은아 씨의 사회와 방송인 주영훈, 이윤미 씨 부부의 출연 등으로 꾸며질 ‘영혼의 소리로 정기공연’이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단원 31명 가운데 신종 플루 확진환자가 발생한 데다 이들이 생활하는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 내에서도 확진환자가 나와 취소가 불가피했던 것. 신종 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연습을 하던 단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독창을 준비하던 추 군은 다섯 살 때 기차역에서 버려진 채 발견돼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다 2007년 12월 홀트일산복지타운으로 옮겨 왔다. 계속 말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추 군은 지난해 3월 합창단에 들어오면서 말수가 늘어 “언젠가는 엄마 아빠와 형, 누나를 만날 것”이라고 하는 등 표정이 밝아졌다. 1년 동안 연습한 곡 ‘진정한 친구’를 이번 정기공연에서 부르기로 해 기대감이 컸다.

홀트일산복지타운은 단원들이 중증장애인들이어서 신종 플루 확산기에 1400여 명이 초청된 행사를 개최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하고 편지를 보내 양해를 구했다. 단원들에게도 이 편지를 보여주며 취소를 알렸다. 장애 정도가 심해 한글을 모르는 단원들은 지휘자 박제응 씨(45)의 설명을 듣고서야 공연 취소를 알아차렸다.

홀트일산복지타운 사회복지사 박꽃송이 씨(34·여)는 “함께 모여 노래 부르는 것으로 희망을 얻는 단원들이라 정기공연 취소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공연장을 다시 잡기 쉽지 않겠지만 이른 시일 내에 신종 플루 위기가 극복돼 다시 공연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혼의 소리는 올 4월 19일 홀트일산복지타운을 방문한 이 대통령 앞에서 ‘똑바로 걷고 싶어요’를 불렀고, 이 대통령이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다. 올 6월 대한민국 대표로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2009 안톤 브루크너 국제합창대회’에서 참가특별상, 특별연주상, 특별지휘자상 등을 받기도 했다. 1999년 5월 창단 이후 지금까지 278회의 국내외 공연을 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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