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밝혀진 ‘주부 토막살인’

동생이 신고… 국과수 보관 DNA로 신원확인
경찰 “남편이 ‘부부싸움 끝에 범행’ 자백해”

4년 전 이사를 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긴 누나의 행방을 찾기 위해 올해 3월 경찰에 가출인 신고를 한 안모 씨(36)는 매형과 조카를 찾았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황급히 경기 안산시로 향했다. 하지만 누나는 없었고 큰조카(11)는 이상한 말을 했다. “학교 갔다 와서 보니 엄마가 죽어 있었다”는 것이다. 안 씨는 곧바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마포구 망원동 자신의 집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가까운 한강생태공원에 버린 뒤 4년간 태연하게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아온 주모 씨(36)를 살인과 사체손괴·유기 및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주 씨의 끔찍한 범행은 자칫하면 완전범죄가 될 뻔했다. 2004년 5월 3일 아이들이 나간 사이 자신의 무능력을 비아냥대는 아내와 크게 싸운 주 씨는 홧김에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일단 시신을 안방에 뉘어 놓았지만 5일이 지나자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승용차가 없었던 주 씨는 시신을 처분하기 쉽게 토막을 내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부엌칼로 시신을 8등분한 주 씨는 이를 검은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마포구 상암동 난지캠핑장 부근의 모래둔덕 웅덩이에 버렸다. 자전거를 타고 4km나 되는 거리를 네 번 왕복했다. 얼마 뒤 한 낚시꾼이 시신의 허벅지 부분을 건져 올렸지만 신원을 밝히기 어려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겨진 뒤 유전자(DNA) 정보만 따로 보관됐다.

4년 6개월 동안 국과수에서 잠자던 안 씨의 DNA 정보는 동생의 신고로 사건 해결의 단서가 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 씨 아이들의 DNA를 추출해 국과수에 대조를 의뢰했는데 4년 전 발견된 시신이 아이들의 어머니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

경찰은 주 씨를 불러 추궁했고 처음에 “아내가 이사할 보증금을 가지고 야반도주했다”고 주장하던 그는 결국 범행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아직 주 씨의 살인과 사체손괴·유기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충분히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2004년 10월 지인의 지갑에서 139만 원을 훔친 절도 혐의는 확실하지만 살인과 사체손괴·유기의 경우 아직 시신의 나머지 부분을 찾지 못했고 살해도구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주 씨의 자백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적 증거를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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