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재테크 목말랐는데… 단비같은 금융특강”

■ 이주여성들 만족도 높은 금감원 순회강좌

저축-소비-노후준비 등 강의… 목돈 운용-증권 투자도 상담
“돈관리 잘해야 정착 쉬워져… 남편도 함께 듣는게 효과적”

27일 경북 김천시 대광동 김천여성회관에서 다문화가정 금융특강이 열렸다. 금융감독원의 고명진 부국장조사역이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5개국 출신 결혼이민여성과 상담을 하고 있다. 김천=이권효 기자

“금융을 모르고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금융은 우리 몸의 혈관과 같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그동안엔 한국어, 예절, 요리 교육에 머물렀어요.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결혼이주 여성이 한국에 정착하는 데에 금융과 관련된 정보 제공이나 교육은 중요한 일. 그러나 지금까지는 언어, 음식, 예절문화 등의 교육이 대부분이었고 금융이나 경제 등에 관한 교육은 거의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문화가정 주부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금융 특강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가 전국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와 함께 마련한 이 교육은 9월 시작해 11월까지 전국 곳곳을 돌면서 진행된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 김찬훈 수석조사역은 “금융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있어야 바람직한 금융생활이 가능하고 그래야만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특강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다문화사회에서 금융의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금융특강은 크게 △금융의 기초 △신용의 중요성과 합리적 소비생활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진다.

27일 오전 10시 경북 김천시 대광동 김천여성회관에서 열린 금융 강좌에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5개국 출신의 결혼이민여성 30여 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결혼한 지 2년이 안 된 경우였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베트남 출신 이민여성 응웨티후엔 씨(20)는“강의를 듣고 보니 지금은 돈이 별로 없지만 마음으로는 노후 설계까지 잘하고 싶다”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강의를 맡은 금융감독원의 고명진 부국장조사역은 두 시간 동안 돈 관리방법부터 합리적인 소비생활, 개인연금, 자녀교육비, 노후 준비까지 하나씩 설명했다.

참석 여성들은 아직 한국어가 서툴지만 귀를 세우고 이야기를 들었다. 고 씨는 “특히 동남아지역은 금융제도가 한국보다 덜 발달해 저축 개념도 부족한 편”이라며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정착을 돕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이 생기면 먼저 일정하게 저축부터 한 뒤 생활비를 쪼개 쓰는 상식도 이민여성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이민여성들은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관리’할 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함께 강의를 들은 김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수정 팀장(34·여)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내용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정 경제권이 없는 이민여성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며 “남편이 함께 이런 교육에 참여한다면 가정경제를 꾸려나가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강이 끝나면 상담도 진행한다. 그동안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투자와 재테크. 증권 투자는 어떻게 하는지, 목돈이 생기면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투자하다 혹 사기를 당하지는 않을지 등등.

금융특강은 그동안 전국의 20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28회에 걸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1월 19일 충북 보은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마지막으로 석 달에 걸친 프로그램이 끝나게 된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는 내년 이들을 대상으로 심화 과정을 운영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금융특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김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다문화 기획 ‘달라도 다함께’의 제4부 ‘해외서 배운다’ 시리즈는 이번 주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