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에세이]기름값 아끼니 사고 ‘뚝’ 생산성 ‘쑥’

  • 동아닷컴

몇 년 전 한 물류센터의 환경경영 시스템을 심사하면서 알게 된 일이다. 이곳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이고 공산품과 주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을 매일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매장으로 보낸다. 매일 새벽 품목별로 물건들이 준비되면 이를 실은 차량들은 새벽길을 헤치며 달리기 시작한다.

이 물류센터는 환경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가장 먼저 자동차 운행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차량 운행 과정에서 유류비 지출이라는 경제적 문제와 배기가스 발생이라는 환경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유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별로 주행 거리당 유류비를 계산한 뒤 그래프로 만들어 게시했다. 이를 통해 유류 사용량을 줄인 우수 기사에게 포상을 했다. 물론 차량의 종류, 연식 및 배송조건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공정하게 평가했다.

그 결과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류비 지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배송 오류와 자동차 사고까지 감소했다. 물류센터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불만도 줄어들면서 해당 물류센터 관계자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연료소비효율을 좋게 하려면 경제속도로 운전하고 급가속이나 급발진 같은 나쁜 습관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처음 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10분 먼저 나와서 운행을 준비하는 습관이 확대되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배송 오류와 운행 중 사고도 줄어들었다. 철저한 차량 점검도 한몫을 했다. 상태가 양호한 차량은 연비 개선과 아울러 차량의 수명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사실 환경 개선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노력도 꼬리를 물고 다양한 성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제대로 된 성과를 얻으려면 기본 조건을 알아내고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 정상에 오르는 데에는 여러 코스가 있다. 어느 코스에 도전해도 제대로 꾸준히 노력하면 정상에 설 수 있다. ‘환경’이라는 코스는 시대적 요구에 적합하고 사회적 책임과도 연결된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양인목 ㈜에코시안 지속가능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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