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장서 14만권 모은 ‘책 사나이’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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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원주대 김진문 계장 10년간 20억 규모 기증 받아

국립 강릉원주대 중앙도서관 김진문 계장(52·사진)은 12년 전인 1997년부터 도서관 수서(책을 구하는 일)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도서관에 장서가 아주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어떻게 해야 책을 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책을 기증받을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찾는 수밖에 없었죠.”

책을 제공해 주는 곳에서는 대부분 큰 대학부터 주기 때문에 작은 지방 대학까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직접 교수들을 찾아 부탁도 하고 지역 국회의원에게 요청도 했다. 출판사나 국회도서관에도 책을 요청했다. 그렇게 모은 책과 학술자료가 10년간 14만여 권, 금액으로 환산하면 20억 원을 넘는다. 강릉원주대 중앙도서관 장서 50만여 권 가운데 그가 모은 책이 약 30%인 셈이다. 이 학교 학생 1인당 장서 수는 79권으로 강원도에서 가장 많다.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와 비교해도 1인당 장서 수는 많은 편이다.

선뜻 책을 내주는 곳은 별로 없었다. 수차례 요청하고 직접 찾아가 부탁하면서 국회의원이나 대학교수, 출판사 담당자들과 친분을 쌓게 돼 책을 받을 수 있었다. ‘책 구하러 다니는 도서관 직원’으로 소문이 나면서 도서를 기증하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책을 준다는 곳이면 어디든 갔다. 직접 방문해 비닐 끈으로 묶고 나르면서 손에 물집이 잡히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일본에서 유학한 교수를 통해 일본 서적 4000권을 받아 오기도 했다. 김 씨는 “일본 서적 중에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도 많아 다른 학교에서도 보러 온다”고 말했다.

김 씨가 수서담당으로 근무했던 해와 그렇지 않은 해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가 근무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강릉원주대는 연평균 1만5000권을 기증받았다. 그가 잠시 다른 업무를 했던 2005, 2006년에는 평균 기증 도서량이 7000권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김 씨는 “처음에는 100만 권을 목표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목표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정년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책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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