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로펌의 ‘숨은 힘’?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 대법 최근 4년 국감자료

수임 형사소송사건 무죄선고율, 평균의 10배
“판검사 영입 전관예우 덕봐”
일각선 사법체계 불신 우려
“경제관련 많아 유리” 반론도

최근 4년간 국내 5대 로펌(법무법인)이 변호인으로 선임된 형사사건에서 무죄 선고가 나는 비율이 전체 형사사건 평균 무죄선고율보다 1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로펌이 맡은 형사사건이 점차 늘어나고 무죄선고율도 함께 높아지면서 대형 로펌으로의 형사사건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대법원이 8일 민주당 우윤근 의원에게 제출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2009년 7월 김앤장, 태평양, 광장, 세종, 화우 등 5대 로펌은 형사피고인 1682명의 변호를 맡아 1심에서 240명(14.3%)의 무죄 선고를 이끌어 냈다. 이는 2006∼2008년 전국 법원이 1심에서 형사피고인 전체 64만4011명 가운데 9505명(1.5%)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보다 10배가량 높은 비율이다.

이들 로펌이 변호를 맡아 1심 재판이 끝난 피고인은 2006년 361명에서 2007년 437명, 2008년 583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7월까지 1심 재판을 마친 의뢰인이 301명이었다.

5대 로펌이 맡은 사건의 무죄선고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06년 8.6%였던 무죄선고율은 2007년 12.8%로 올랐다. 2008년에는 17.2%, 올 7월까지는 17.6%였다. 로펌별로는 김앤장이 맡은 사건의 무죄선고율이 21.5%로 가장 높았고 △태평양 19.3% △세종 14.8% △광장 10.2% △화우 9.3% 순이었다. 특히 올해 1∼7월 김앤장이 변호를 맡은 43명 가운데 15명이 무죄 판결을 받아 무죄선고율은 34.9%에 달했다.

대형 로펌이 맡은 사건에서 피고인이 실형 선고를 받는 비율도 평균보다 약간 낮았다. 2006∼2008년 형사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된 피고인은 모두 12만4851명(전체의 19.3%)이었지만 5대 로펌이 맡은 피고인 가운데 307명(로펌 처리사건의 18.3%)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실형 선고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김앤장으로 8.6%였고 △태평양 17.4% △세종 20% △화우 20.3% △광장 24% 등이었다.

대형 로펌에 사건이 몰리고 무죄선고율도 높아지면서 변호사 업계의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우 의원은 “수천만 원대의 수임료를 받는 대형 로펌의 무죄선고율이 형사사건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민들은 더 높아진 법률서비스의 장벽을 체감할 것”이라며 “이들 로펌이 퇴직한 고위급 판검사를 경쟁적으로 영입해 전관예우 혜택을 노리면서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로펌의 무죄선고율을 단순히 형사재판 평균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대형 로펌이 맡는 형사사건은 단순한 절도, 폭력사건과 달리 엄밀한 법리해석을 필요로 하는 경제범죄 사건이 많아 무죄를 받는 피고인도 많은 편”이라며 “적어도 유무죄를 가릴 때는 전관예우가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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