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영광굴비’ 꼼짝마!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추석을 앞둔 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의 한 굴비가공업체에서 굴비를 손질하고 있다. 올 설 ‘짝퉁 굴비’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영광지역 굴비업체들은 음성장치를 도입하고 가짜 굴비를 판별하는 전자칩을 부착하기로 하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섰다. 영광=박영철 기자
추석을 앞둔 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의 한 굴비가공업체에서 굴비를 손질하고 있다. 올 설 ‘짝퉁 굴비’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던 영광지역 굴비업체들은 음성장치를 도입하고 가짜 굴비를 판별하는 전자칩을 부착하기로 하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섰다. 영광=박영철 기자
노끈 전자칩-음성장치 부착 가짜 가려내
이력추적제 도입 등 명품 프로젝트 추진

추석을 하루 앞둔 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해안을 따라 늘어선 굴비 가게 100여 곳이 대목 손님들로 북적였다. 한 가게에 들어서자 소금기 밴 굴비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게 바로 일명 ‘짝퉁 굴비 식별기’입니다.” 서기봉 만선굴비 대표(51)가 세로 7cm, 가로 2cm 크기의 전자 장비를 보여줬다. 이 장비는 굴비를 엮은 노란 노끈에 달린 전자칩 정보를 알려주는 리더기. 리더기를 칩에 갖다대면 몇 초 후에 생산자, 가공 장소, 연락처 등이 소비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된다. 서 대표는 “이번 추석에는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이 늦어져 상용화되지 못했다”며 “내년 설부터 ‘이력 추적제’가 도입되면 가짜 영광굴비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짝퉁 굴비’ 퇴출에 안간힘

영광군에는 법성포 430개, 영광읍과 홍농읍에 100개 등 530개 굴비 가공 판매업소가 있다. 총생산량은 전국 생산량의 75%인 1만9000t. 연간 매출액은 3000억∼3500억 원으로 설과 추석 때 전체 물량의 60%가 나간다.

지난 설 명절 때 영광은 짝퉁 굴비로 쑥대밭이 됐다. 경기 침체 여파에다 일부 업소가 중국산 조기를 쓰는 장면이 TV에 보도된 뒤 된서리를 맞았다. 이미 배송된 굴비는 반송되기 일쑤였다. 밀려들던 주문도 뚝 끊겨 판매량이 예년 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법성포 굴비 판매업소로 구성된 영광굴비특품사업단은 올 추석을 앞두고 ‘짝퉁 굴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산 굴비를 영광굴비로 속여 팔다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영구 퇴출’을 결의했다.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해경 등과 함께 짝퉁 근절 거리캠페인도 벌였다.

이번 추석에 처음 선보인 ‘음성장치’도 영광굴비 신뢰 회복을 위한 자구책 중 하나다. 10만 원이 넘는 굴비 세트를 열면 “안녕하십니까. 영광굴비특품사업단장입니다. 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참맛 진품 영광 법성포 굴비를 선물해 주신…”이라고 녹음된 음성이 나오는 장치다. 강행원 영광굴비특품사업단장(55)은 “오죽했으면 개당 1만5000원 정도 되는 음성장치까지 했겠느냐”며 “이런 자구 노력으로 이번 추석에는 영광에서 단 한 건의 짝퉁 굴비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품사업단은 내년부터 명함 크기의 원산지 설명서에 위조 방지 홀로그램을 부착하고, 현재 사용하는 노란색 엮음줄 대신 옥수수 재질의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영광굴비 명품화 프로젝트

현재 영광굴비는 국내에서 잡히는 조기로만 만들지 않는다.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흑산도 인근 해역 등 다른 곳에서 잡은 조기도 사용한다. 연평균 기온 12도, 습도 68% 미만인 법성포의 기후 조건이 상하지 않으면서 맛있는 굴비를 만들어낸다.

영광군은 영광굴비의 신뢰 회복과 함께 명품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영광군은 업소마다 소규모로 가공공장을 운영하면서 맛이나 크기 등이 달라 대규모 가공공장 2개를 짓기로 했다. 공장 주변에 조기 공판장과 최첨단 시설의 냉동 창고, 건조장을 지어 굴비산업의 규모화를 꾀하기로 했다. 영광굴비연구소와 굴비 가공체험 학습장을 비롯해 ‘영광굴비주식회사’도 추진하고 있다. 김영종 영광군 특화사업담당(50)은 “영광굴비의 명성을 유지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가공 기술을 개선하고 소비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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