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미필 성전환자도 성별 정정 가능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대법 ‘병역의무 조항’ 폐지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이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을 고칠 때 병역의무 조건이 삭제돼 성별 정정이 수월해졌다.

대법원은 18일 가족관계등록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을 개정해 기존 허가기준에서 ‘신청인이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면제받았을 것’을 요구하는 조항을 폐지했다고 밝혔다. 또 과거에는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성별을 정정(전환)’이라고 표기했지만 앞으로는 성별 표기가 잘못 기재돼 바로잡을 때와 마찬가지로 ‘성별을 정정’이라고만 표기하기로 했다.

성별 정정 조건에서 병역의무 조항을 삭제한 것은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별 정정을 신청했는지를 가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을 바꾼 사람은 모두 54명이며 이 중 48명은 남자에서 여자로, 6명은 여자에서 남자로 성별을 정정했다.

대법원은 2006년 9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한 첫 판결이 나온 이후 7가지 허가기준을 담은 사무처리 지침을 마련했다. 허가기준은 병역의무 외에 △만 20세 이상이며 미혼이고 자녀가 없을 것 △생물학적 성과 자기의식의 불일치로 고통 받은 사실이 있을 것 △성기 수술을 받았을 것 △성전환 수술 결과 생식능력을 상실했고 이전 성별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낮을 것 △범죄 또는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가 없을 것 △성별정정이 신청인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 등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의 성별정정 허가기준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개정 또는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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