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급식은 맛없다? 편견을 깨는 사람들

  • 입력 2009년 8월 18일 06시 35분


《‘학교급식에도 전문성이 필요한 시대!’ 학교급식을 책임지는 조리사와 조리원 등이 맛있는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여름방학 동안 더위도 잊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대구 중구 동인동 신라요리직업전문학교에서는 구미, 경산, 청도, 성주 등 경북 4개 시군의 학교급식 담당자 80여 명이 ‘학교급식 만족도 향상을 위한 자기개발 연수’에 참여했다.》

경북 구미 등 4개 시군 학교급식 담당자 연수
조리사 자격증 도전… 한식-양식 등 3개 따기도

이들은 한식을 비롯해 양식과 중식, 일식 등 4가지 분야에서 각자 부족한 부분을 보충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경우에는 중식 또는 양식 자격증에 도전했고,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한식부터 시작했다. 연수자 중 22명은 이미 28개의 요리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몇몇은 한식과 양식, 중식 등 3가지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이들은 “학교 밖에서는 먹기 어려울 정도의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성주군 가천중에서 14년째 학교급식 일을 맡고 있는 조리사 정순희 씨(48·여)는 10여 년 전에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땄지만 이번에 중식과 양식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한 가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정 씨는 “10년 전에 비하면 학교 급식 환경이 상당히 변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다양해지면서 입맛도 까다로워져 단조로운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전문시설에서 직접 배워보니 양념 만드는 것부터 아주 유익하다”며 “21일 개학하면 학교급식을 이용하는 학생과 교직원 120명을 위해 이번에 배운 요리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3월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경산시 하양초교 조리원 허감내 씨(44·여)는 중식조리 과정에 참여했다. 7년째 급식 일을 하고 있는 허 씨는 “급식을 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말하지만 음식을 남기는 것을 볼 때마다 속으로 고민한다”며 “보기 좋고 맛있게 만들어 학생들이 급식시간을 기다리는 정도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교급식 담당자들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해 급식 수준을 높이자는 움직임은 지난해 겨울 성주군에서 시작돼 이들 4개 시군으로 확대됐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성주교육청 김명수 학교보건담당은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급식 담당자들의 전문성”이라며 “자격증 취득과정에서 닦은 실력은 급식용 요리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96개 초중고교 학생과 학부모, 교원 9600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는 70점대로 중간이었으나 경북은 60점대로 최하위권이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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