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든 ‘중상해 운전자’ 첫 유죄 판결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피해자와 합의못해 금고 10개월 집유 2년 선고
‘종합보험 가입자라도 처벌’ 헌재결정 적용

단순한 전방주시의무 소홀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운전자에게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 이는 올 2월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교통사고로 중상해를 입혔더라도 음주운전이나 뺑소니 등 11개 중과실 사고가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4조 1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첫 판결이다.

대전지법 형사3단독 나경선 판사는 도로에 서 있던 보행자를 치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36)에게 지난달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시내버스 운전사인 박 씨는 3월 5일 시속 40km로 주행하다 도로 오른편에 서 있던 피해자 A 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버스 앞부분으로 치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A 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언어장애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중상해를 입었다. 운전자 박 씨는 버스공제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지만 헌재 결정에 따라 기소됐고, 의식이 없는 A 씨와 합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유죄 판결을 선고받게 됐다고 법원 측은 설명했다.

헌재 결정 이후 중상해 교통사고로 모두 6건이 기소됐으며, 이 가운데 지난달 대전지법에서 처음 유죄 판결이 선고됐고 2건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나머지 3건은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중상해 교통사고라도 기소 전에 합의가 이뤄지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되고, 재판 중에라도 피해자와 합의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진다. 실제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홍기찬 판사는 관광버스를 운전하던 중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다 B 씨(40)를 치어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에게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 B 씨는 오른쪽 무릎 아래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고 의족을 착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김 씨는 기소된 뒤 B 씨와 뒤늦게 합의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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