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료들이 배신자라 욕해도 회사 살리자는 진심 전하고파”

입력 2009-07-25 02:57수정 2009-09-2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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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권유 방송하는 과장의 고뇌

“아내가 옛 동료에게 미움 살 일을 왜 나서서 하느냐며 말리더군요. 하지만 회사가 처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마이크를 들게 됐습니다.”

24일 오전 7시 반, 여느 때처럼 쌍용자동차 정문 안에 주차된 대형 확성기 차량에서는 공장 점거 중인 노조원에게 해산을 권유하는 쌍용차 A 과장(41)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A 과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런 ‘설득 방송’을 하고 있다.

A 과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도장 공장에서 쏜 볼트가 방송차에 비처럼 쏟아지기 일쑤. 1994년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15년간 쌍용차에 청춘을 바친 그는 옛 동료들이 쏜 볼트 총알을 볼 때면 마치 자신의 심장이 관통된 듯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공장을 점거한 옛 동료와 그 가족들에게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가 매일 마이크 앞에 서는 이유는 ‘이대로 가면 쌍용차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감 때문.

“주거래 은행도 자금 공급을 망설이는 상황에서 농성자들이 요구하는 국영화나 공적자금 투입이 가능할까요? 하루 빨리 조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그 또한 15년의 직장생활 동안 회사에 불만이 없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만은 잠시 접고 일단 회사를 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어려워진 회사 사정 때문에 지난해 예정됐던 차장 진급이 미뤄진 A 과장은 얼마 전 회사 정상화를 위한 임금 삭감과 복지혜택 중단에 동의하는 사인을 했다. 그는 “회사 살려보겠다고 희망퇴직을 선택한 1800여 명의 동료들과 일손을 놓아버린 협력업체 직원 2만여 명을 생각하면 ‘산 자’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짐작도 못할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농성을 풀 기미를 보이지 않는 동료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함께 땀 흘리며 일한 옛 동료에게 볼트총을 쏠 배짱이면 무슨 일을 해도 성공할 텐데, 분노로만 표출되고 있으니 안타깝죠.”

다음 날 방송분을 녹음하고 퇴근하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평균 오후 11시.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해서 큰일”이라는 A 과장은 “공장이 정상화되면 녹음실보다는 제가 더 잘 어울리는 현장으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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