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예쁜 포장지보다 친환경 포장지를 생각하자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필자가 7년 전 국내 유명 제약회사를 컨설팅할 때의 일이다. 이 제약회사는 영양제 하나를 포장하는 데 플라스틱 용기와 작은 종이 상자 100개 정도를 담은 큰 상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포장이 과다했다.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찾았으나 3단계의 포장은 제각기 목적이 명확해서 그 단계를 줄일 수는 없었다. 그 대신 개별 종이상자의 특수 코팅은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특수 코팅은 포장을 더 예쁘게 보이려고 사용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벗겨지거나 바랬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고 불량 발생 빈도도 높아 반품의 사유가 되기도 했다. 코팅을 하지 않으면 힘든 공정이 하나 줄어들고 코팅 필름을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자원 사용과 폐기물이 줄어드는 환경적인 성과도 예상됐다.

그러나 이 특수 코팅을 하지 말자는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케팅부서가 상품의 질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코팅을 하지 않았지만 품위가 있어 보이는 사례를 제시했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에 소비자와 시장을 상대하는 부서의 인식이 성공적인 환경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친환경 녹색성장이 강조되면서 소비자의 의식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내추럴비즈니스연구소의 조사 결과 국내에서 녹색 소비자로 볼 수 있는 계층이 2007년 37%로 2006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대상 소비자 500명 중 75.2%가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해외 기업들은 이미 그린마케팅을 제품과 기업 이미지 제고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케팅 분야에서 환경을 담아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나 개별 상품 광고에만 치우치거나 공허한 환경 표어가 주류인 것 같아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든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전달되어야 하며 환경개선과 경제성과를 연결하는 회사의 비전과 철학이 담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양인목 ㈜에코시안 지속가능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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