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올해 대학 입시부터 입학사정관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대학들마다 ‘잡음 없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의 역사가 오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매년 이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1학년도 대입 전형 기본계획’에 입학사정관제 관련 규정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학의 움직임을 촉진시키고 있다.
대학의 다양한 대책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것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설계하는 데 직접 학부모와 교사를 참여시키는 것. 지난해 교사 자문단을 운영한 동국대는 최근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학부모 자문단’을 구성했다. 서울, 경기, 충청 지역의 고교생 학부모 28명을 초청해 전형 요소와 반영 비율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
건국대는 전국의 고교 교사 15명을 초빙해 지난달 ‘입학정책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건국대 입학사정관 전형의 예비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고교의 관점에서 필요한 입학사정관제 전형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비교과 영역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면 좋을지, 고교 생활을 속속들이 평가하려면 면접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대학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건국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대학과 고교가 조화를 이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달 정기회의와 세미나, 워크숍 등을 열어 고교의 여론을 반영한 입학사정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하면서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역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학과 중고교를 두루 잘 아는 연륜 있는 입학사정관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당장 자질 있는 입학사정관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자 입학사정관 교육을 시도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한양대는 2년 전부터 입학사정관들이 미국 대학들을 두루 돌아보며 입학사정관 실무를 연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럽과 제3세계 국가의 입학사정관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인균 한양대 입학사정관 팀장은 “교내에 입학사정관 전형에 정통한 전공 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입학사정관 실무진이 이론과 실습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입학사정관 전문 교육 훈련 및 양성 시스템을 만들어 이런 노하우를 교내외에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대도 교내 평생교육원에 입학사정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좀 더 멀리 내다보는 대학도 있다. 단국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사 전반에 걸쳐 엄격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통해 입학사정관 전형 선발 과정의 타당성 등을 연구해 점차 모든 특별 전형과 특성화 전형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확대하는 데 참고할 방침이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인 김병기 청주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누구나 믿을 수 있도록 전형 요소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자체적인 윤리규정과 감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