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내세워 슈퍼마켓 통째로 빼앗은 일당

  • 입력 2009년 5월 19일 16시 43분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대형 슈퍼마켓을 통째로 가로챈 사채업자와 조직폭력배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자금난에 빠진 대형 슈퍼마켓 운영권을 일단 인수한 뒤 바지사장이 사채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슈퍼마켓을 가로챈 혐의로 자금 총책인 김모 씨(41)와 작업책 장모 씨(48)를 구속하고 '전주타워파' 조직폭력배 이모 씨(34)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월 16일 충남 천안시의 대형 슈퍼마켓인 P마트(2100여㎡) 업주 임모 씨(37)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대상을 고른 일당은 △작업책(슈퍼마켓을 사겠다며 주인에게 접근) △바지사장(슈퍼마켓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명의만 제공) △행동책(마트 운영) △사채업자로 역할을 나눴다.

이후 바지사장 역을 맡은 김모 씨(46)를 내세워 P마트의 빚 10억여 원을 떠안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슈퍼마켓의 경우 매매계약서 만으로 업주 명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P마트의 새 업주가 된 바지사장 김 씨는 마치 사채를 빌린 것처럼 '2억원을 빌렸다'는 차용증과 '기일 안에 돈을 갚지 못하면 가게 물품과 시설물을 가져가도 좋다'는 내용의 포기각서를 썼다.

이후 사채업자, 조직폭력배 역할을 맡은 일당은 바지사장 김 씨가 빚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트를 빼앗은 뒤 2개월간 마트 물건을 팔아 1억여 원을 챙겼다. 가게 안의 냉장시설 등 10억원 상당의 시설물과 판매물품도 빼앗았다.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 모른 임 씨는 계약금 5000만원도 받지 못하는 등 가만히 앉아 사기를 당했다. 이들은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3곳의 슈퍼마켓에서 17억2000여만원 상당의 가게운영권, 물품, 시설물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슈퍼마켓의 경우 잔금을 다 치르지 않거나 건물주와의 임대차 계약서가 없어도 동업계약서, 매매계약서 만으로 업주 명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라며 "이들 사기단이 가로챈 마트가 전국에 80여곳이 넘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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