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책이 있어 더 즐거운… 유쾌 상쾌 ‘북 콘서트’

  • 입력 2009년 5월 19일 06시 33분


117개팀 시 노래-낭송 경연

책 읽기가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16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대구시교육청 대강당. 대구동부교육청이 마련한 ‘북 콘서트(책 연주회)’에 학부모와 자녀, 교사 450명이 강당을 꽉 메웠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이 콘서트는 ‘책이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현장이었다. 교육장을 비롯해 장학관, 장학사 등 10명이 마련한 이 콘서트에 학부모들은 “책을 위해 꼭 필요한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김이균 교육장(58)이 단상에 올라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 평소 즐겨 읽는 신현득의 ‘칭찬’을 낭송했다. ‘시골 담 밑에/호박 포기/잘 크네 잘 크네/칭찬하면 잘 큰다/쪼갠 놈이 벌써 덤불 뻗는대이/시골 말로 칭찬하면/더 잘 큰다.’ 김 교육장이 “오늘 북 콘서트도 여러분의 칭찬을 받으면 앞으로 더 활발하게 가지를 벌리며 무럭무럭 자랄 겁니다”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졌다.

이날 행사는 책으로 할 수 있는 콘서트에 필요한 요소를 대부분 갖췄다. 동부교육청 직원들이 지휘를 맡았고, 참가한 117개 팀 450명은 시 노래, 릴레이 시 낭송, 릴레이 소설 낭독, 독서 연극, 독서 손수제작물(UCC)을 선보였다. 여기에 극단 처용은 ‘책이 있는 곳은 즐겁다’는 연극을 선보였고, 청소년국악단 해마루와 대구교육대 학생들이 협연했다.

‘초정리 편지’와 ‘스프링벅’ 등으로 어린이 팬이 많은 배유안 작가(52)도 부산에서 와서 콘서트를 빛냈다. 중등 국어교사 출신인 배 작가는 “작가가 되고 싶은 뜻이 전혀 없었는데 교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면서 독서를 많이 하다 보니 책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을 쓴 ‘초정리 편지’도 이렇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참석한 어린이들은 배 작가가 말하는 50분 동안 꼼짝 않고 이야기를 들었다.

동부교육청이 이 콘서트를 연 이유는 딱딱하기 쉬운 책과 독서에 대한 인식을 즐거움을 주는 활동으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부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옥정 장학사(42·여)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대부분 상당한 부담을 가져 결국 독서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독서 활동이 재미있고 의미 있도록 해보려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도 “책을 통해 이렇게 유쾌한 활동을 할 수 있을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노래와 낭송 부문에서는 △시지초교팀 ‘누가 더 놀랐을까’(릴레이 시 낭송) △복명초교팀 ‘흙 한 줌’(릴레이 소설 낭독) △동호초교팀 ‘아기 손’(시 노래)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독서 UCC 부문에서는 학부모와 자녀 등 140명이 참여해 만든 불로초교의 ‘엄마와 함께하는 행복한 책 읽기’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또 덕원중의 ‘독서하는 대한민국 만들기 프로젝트’와 중앙초교의 ‘중앙반딧불에서 만난 큰 세상’이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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