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찻잎 찌고 섞고… 나도 神仙”

  • 입력 2009년 5월 11일 09시 18분


제주 애월읍 製茶체험 인기

가을 겨울엔 야생초 차 만들어

“찻잎이 타지 않도록 밑에서부터 잘 뒤집어요.”

9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솔도마을’의 제주야생초연구회 제다(製茶)체험장. 200도가 넘는 가마솥에서 찻잎을 덖는 유치원 교사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7∼10분 동안 가마솥에서 ‘덖음’ 과정을 거친 찻잎은 곧장 ‘유념’ 코스로 간다. 유념은 잎의 얇은 막을 벗겨 향을 확장시키는 과정. 덖음과 유념을 9번 반복하는 전통 제조방식인 ‘구증구포’를 재현했다.

이날 유치원 교사 14명은 2개 조로 나뉘어 녹차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제다 체험에 앞서 서귀포시 예래동 녹차 밭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찻잎을 직접 따기도 했다. 참새의 혀처럼 연하고 작은 새순으로 ‘작설(雀舌)’ ‘세작(細雀)’으로 불린다.

제다에 가장 중요한 과정은 첫 덖음과 마지막 과정인 가향(加香). 가향 과정은 뜨거운 가마솥에서 1시간 동안 찻잎을 뒤집고 섞으며 그윽한 향이 담겨있도록 만드는 최종 절차. 녹차의 향과 맛을 결정짓는다. 제다에 참여한 고복희 씨(44·참사랑어린이집 원장)는 “녹차의 향에 취하면 마치 신선놀음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직접 만든 차를 동료 교사, 어린이들과 나눠 마시면 즐거움이 더한다”고 말했다.

이 체험장은 제다 명인 이기영 씨(45)가 지도한다. 지리산에서 활동하다 제주에 정착한 1994년 말부터 제다 체험을 실시했다. 한 달에 한 번씩하다 올해부터 2회(둘째, 넷째 주 토요일)로 늘렸다. 4∼5월에는 녹차를 만들고 6∼7월에는 육지로 나가 연꽃으로 만드는 ‘백련잎차’ 제다 시범을 보인다. 이른 봄과 가을, 겨울에는 제주의 야생초로 차를 만든다. 제주의 화산 흙과 해풍 등이 특별한 야생초 차를 탄생시킨다. 감귤 잎, 인동 어린잎, 질경이, 단풍잎, 쑥, 국화, 민들레, 으름덩굴 등 지천으로 널린 야생초가 차의 재료가 된다. 이 씨는 “차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올바른 차 문화 정착을 위해 제다 체험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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