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박연차 구명위해 실세 정치인 접촉 가능성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7분


■ 검찰, 千회장 알선수재 혐의로 조사

朴에게서 얼마 받았는지 누구에게 부탁했는지 초점
국세청 압수수색 통해 유용한 단서 잡았을수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8일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알선수재 혐의는 천 회장이 지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의미로 검찰이 천 회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청탁을 받고 접촉한 인사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청탁을 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수사 핵심은 천 회장이 접촉한 인사

검찰은 천 회장이 지난해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을 여러 차례 접촉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한 전 청장은 박 전 회장을 궁지로 몰아넣은 세무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한 최고책임자였다. 천 회장은 한 전 청장뿐 아니라 세무조사 실무자들까지 만나 청탁을 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국세청 관계자뿐 아니라 한 전 청장 등 당시 국세청 고위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를 접촉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국세청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세청 직원들의 e메일과 업무일지에 박 전 회장이나 천 회장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정치권 인사를 동원해 국세청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나타나 있는지 파악 중이다.

박 전 회장에게서 2억 원과 함께 구명 로비 청탁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실제 한나라당 이상득 정두언 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 추 전 비서관이 정 의원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거절당해 실패한 로비로 검찰은 보고 있다. 천 회장도 추 전 비서관처럼 여권 실세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만약 천 회장이 실제 박 전 회장을 위해 정치권 인사를 만났다면 금품을 전달했을 수도 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착수 시점이기 때문에 알선수재 혐의의 상대방을 특정할 필요가 없고 아직 알 수 없다. 상대방이 누구인지는 천 회장을 조사한 다음에 조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 검찰의 국세청 압수수색 성과

홍 수사기획관은 “국세청이 검찰에 자료를 넘기는 과정에서 고의로 빠뜨린 자료는 전혀 없다. 현재까지 왜곡되거나 변형된 것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압수수색에 성과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세청의 업무와 검찰의 수사는 성격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기업의 회계장부에 기록돼 있어야 할 돈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장부에서 사라진 돈의 흐름을 추적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누가 썼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금 추적이라면 국세청이 훨씬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국세청의 세금 추징이나 고발에는 특별히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런 자료들이 검찰 수사에는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실제 검찰은 6일 서울지방국세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박 전 회장의 돈의 흐름을 좀 더 자세하게 추적할 수 있는 유용한 단서들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세청이 이미 추적을 마무리한 자료도 확보했을 수 있다.

특히 검찰은 기업과 개인의 재산명세나 세금신고 자료, 세금 납부기록 등 과세자료 전부를 전산화해 놓은 국세청 전산실까지 압수수색했다. 국세청 전산실에는 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납세 정보와 각종 세무조사 결과까지 모두 보관돼 있다.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뜻밖의 거물들이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회장 세무조사를 맡았던 실무자들의 e메일만 봤다. 다른 자료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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