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회장 수사 상당부분 진척… 증거보강만 남은 듯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누가 볼라” 압수수색 현장 창문도 ‘꼭꼭’ 6일 오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서울 종로구 효제동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국세청은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동안 취재진이 몰려들자 한 직원이 조사4국 3과 창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볼라” 압수수색 현장 창문도 ‘꼭꼭’ 6일 오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서울 종로구 효제동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국세청은 하루 종일 뒤숭숭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동안 취재진이 몰려들자 한 직원이 조사4국 3과 창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박연차 세무조사 로비’ 정조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금융 거래 내용에 대한 계좌추적과 함께 국세청으로부터 2007년 11월 세중나모여행 주식 매도 과정과 관련한 과세정보까지 제출받는 등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6일 검찰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 6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한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구명로비 의혹 수사가 시작이 아니라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는 얘기다.

○ 천 회장 겨냥한 서울국세청 압수수색

검찰이 3월 천 회장을 출국금지하기 이전에 박 회장은 천 회장을 상대로 벌였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해 진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수천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는 등 박 회장의 진술이 더욱 상세하고 구체적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의 전언이다. 검찰은 이후 천 회장의 금융계좌에 대한 전방위 추적에 들어갔고, 지난달 17일 국세청의 과세정보도 확보했다. 검찰의 서울지방국세청 압수수색은 이러한 기초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검찰은 6일 지난해 박 회장의 세무조사를 담당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3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당시 조홍희 조사4국장이 현재 근무하는 국세청 본청 법인납세국장실도 함께 뒤졌다. 당시 신재국 조사4국 3과장, 유기복 조사4국 3과 1반장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서초세무서와 동울산세무서 사무실도 포함됐다. 당시 조사라인에 있었던 인사들의 현재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한 것을 보면 박 회장 진술에 따라 세무조사 무마 로비 흔적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세무조사 ‘플러스알파’ 숨겨져 있나

지난해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바로 검찰 수사로 연결돼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정치권 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세무조사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 역시 ‘실패한 로비’로 알려져 있지만 검찰은 의혹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실패한 로비’라 하더라도 그 과정에 금품이 오갔다면 범죄가 되기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6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세무조사 관련 자료들을 다 받아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이 고발한 범위의 자료와 검찰이 필요한 자료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검찰에 넘겨준 자료 외에 ‘플러스알파’가 있다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이미 천 회장에게 언제 어떤 부탁을 했고 어느 정도의 금전적 이익을 제공했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진술했다고 한다. 천 회장이 지난해 국세청 고위 관계자부터 실무자까지 접촉해 가며 박 회장을 도우려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박 회장의 진술과 세간의 의혹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조치인 셈이다.

○ 절박했던 세무조사 무마 로비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가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구속기소)과 친분이 있다는 점도 십분 활용했다. 박 회장은 노 씨를 통해 추 전 비서관에게 로비를 벌였고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9월 2억 원을 건넸다. 검찰은 돈을 받은 추 전 비서관이 한나라당 이상득 정두언 의원 등 여권 실세에게 청탁을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결론내고 추 전 비서관만 구속했다. 추 전 비서관 체포 직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출국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지난해 추 전 비서관에게서 청탁을 받은 한 전 청장이 자신의 ‘그림 로비’ 의혹을 수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박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해 입을 다물기로 하고 출국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돈다. 검찰이 한 전 청장을 조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의 부탁을 받은 인사들이 다름 아닌 한 전 청장에게 로비를 시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박 회장의 사돈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의 금융계좌도 최근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처장을 중심으로 현 정권 유력 인사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박 회장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김 전 처장은 최근 언론과의 통화에서 “세금 문제와 관련해 사돈에게 조언을 해준 적은 있지만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건 터무니없는 의혹”이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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