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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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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3시경 40대 초반의 한 여성이 경기 S수녀회 본원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안을 들여다보며 서성이다 발길을 돌렸다. “기도 모임이 있는 날이라 왔는데 문이 잠겨 있네요.” 수녀원 인근 주택가에 사는 그는 “수녀원 폐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전보를 전달하러 온 통신사 직원도 들어가려다 발이 묶였다.
2차 감염이 일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S수녀회 본원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5m 높이의 높은 담 때문에 오직 문틈을 통해서만 내부를 볼 수 있었다. 한적한 수녀원 내부에선 가끔 한두 명의 수녀가 보였다. 그들은 모두 N95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못 들어가나요?” 가까스로 수녀 한 명을 불러 세운 후 말을 걸자 “독감이 퍼져서 외부인은 못 들어온다. 마스크는 안에서 다들 쓰고 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4시 반경 한 수녀가 나와 “5월 15일까지 미사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 수녀회는 대외 활동이 활발한 수녀회다. 대개의 수녀원이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것과 달리 이 수녀원은 주택가 한가운데 있다. 해외 선교도 한다. 1991년부터 멕시코에 진출해 멕시코시티로부터 1시간 거리에 있는 모렐로스 주 오악스테펙에 분원을 짓고 현지 주민을 대상으로 선교활동 중이다. 이번에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수녀도 현지 주민과 꾸준히 접촉해 왔다.
수녀원은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하는 반면 각종 대외 활동은 여전히 활발히 하고 있다. 이날도 경기도 한 성당에서 열린 종신서약식(죽을 때까지 수도자로 봉사하겠다는 서약식)에 일부 수녀가 참석했고 3일에는 모 대학에서 열리는 행사에 5명의 수녀가 안내 봉사를 할 예정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