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의 취업사관학교]<5>‘日시장 개척 선구자’ 순천청암대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순천청암대 IT교육과 학생들이 이소행 교수(오른쪽)로부터 이족보행로봇, MP3플레이어 등을 만드는 프로젝트 수업 지도를 받고 있다. 정준수 씨(25·앉아 있는 학생)는 “일반 대학에서 일본어를 배우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이 대학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순천=허진석 기자
순천청암대 IT교육과 학생들이 이소행 교수(오른쪽)로부터 이족보행로봇, MP3플레이어 등을 만드는 프로젝트 수업 지도를 받고 있다. 정준수 씨(25·앉아 있는 학생)는 “일반 대학에서 일본어를 배우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 이 대학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순천=허진석 기자
“학벌 대신 실력”… 소니도 인정했다

오사카에 연수원 마련등
7년전부터 해외 눈돌려
일본어 - 전공 집중교육
작년 소니연구원 3명 합격

순천청암대 IT교육과 이소행 교수는 작년 10월 17일 점심때를 잊지 못하고 있다. 일본 소니그룹의 계열 회사인 소니엔지니어링으로부터 학생들의 면접 결과를 통보받은 날이었다. 이 교수는 “점심 식사 후 열어 본 e메일에는 학생들의 연봉표까지 함께 들어 있었다”며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 중 하나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시에 있는 순천청암대는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2002년부터 해외취업 시장을 개척했다. 교과부가 해외인턴 사업을 실시하기도 전이다. 현재 정보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호텔관광 분야 학생들도 일본으로 취업하고 있다.

소니엔지니어링에 처음으로 3명을 입사시킨 것은 학교로서는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소니엔지니어링에 취업한 학생 3명의 학부모들은 아직도 자신의 자녀들이 일본 IT회사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직원이 아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정도”라며 “그만큼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초임 연봉은 430만 엔으로 통상 240만 엔 정도인 일본의 평균 임금보다 높다.

이 대학은 2006년 소니엔지니어링의 위탁 교육 요청을 과감히 받아들였다. IT교육과 교수 5명은 매일 밤 10시까지 남아 일본 취업반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과제를 내주고 그날 끝낼 수 있도록 지도했다. 학생들은 밤 10시 이후에는 학내 고시원에서 잠을 자며 프로그래밍과 일본어 공부에 매달렸다. 학기 중에는 프로젝트 수업도 함께 진행했다. 일본 취업 때 자신의 연구개발 능력을 일본어로 발표하는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본어 공부도 함께 시켰다.

교육과정에는 ‘블록화’ 개념을 도입해 집중교육을 실시했다. 일반 대학이 한 학기에 여러 과목을 동시에 가르치는 것과 달리 취업에 필요한 교과목을 2∼3개월에 1과목씩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이런 교육 방식은 IT교육과뿐만 아니라 호텔경영과, 문화관광과, 호텔외식조리과, 컴퓨터정보과 등 일본 취업반을 운영하는 6개 과에 적용되고 있다.

이 학교는 또 취업약정제를 통해 고등학생을 미리 뽑아 일본어를 가르칠 정도로 일본어 교육에도 열성이다. 일본 한큐호텔 오사카 본사에서 근무하는 강수경 씨(23)는 “학교에서 배운 일본어 실력과 2학년 때 일본에서 인턴 근무를 6개월 하면서 배운 일본어 실력으로 곧바로 현업에 뛰어들어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순천청암대는 오사카에 자체 연수원까지 마련해 두고 있다. 2학년 때 일본에서 인턴 근무를 하는 학생들의 교육장과 숙소로 활용하는 곳이다.

순천=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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