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파괴력 약해 심각한 상황 없을것”

  • 입력 2009년 5월 1일 19시 03분


인플루엔자A의 국내 첫 추정환자인 51세 수녀 A씨가 실제 감염됐는지는 2일 확인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립보건연구원이 바이러스 배양을 끝내고 현재 마무리 작업인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A와 같은 것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A 씨가 입국과정에서 함께 차를 타고 온, 같은 수녀원의 수녀 B씨(44세)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킨 정황을 보면 인플루엔자A에 걸렸다는 진단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경우 국내에도 사람 간 감염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더욱 긴장하는 것은 한번도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57세의 남성 C씨가 추정환자로 분류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C씨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동안의 이동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가족이나 직장동료로부터 감염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우세하다.

만약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불특정다수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당장 국가재난단계를 주의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바로 격상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환자들의 몸 상태를 보면 바이러스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계 단계는 신종 전염병이 유입된 후 다른 지역으로 전파됐을 때 발령된다.

전문가들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회 위원장(삼성서울병원 교수)은 "일반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순식간에 전파되는 것처럼 인플루엔자A 또한 사람 간 감염이 앞으로도 더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사람 간 감염이 더 일어난다 해도 멕시코처럼 사망자가 속출하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추정환자로 분류된 세 명 모두 현재 고열과 기침, 콧물 등 급성호흡기증상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질병관리본부는 최초 추정환자인 A씨가 이르면 2일 격리병상에서 퇴원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증상이 생긴 후 7일이 지난 뒤 증상이 다 사라지고 타인에게 감염의 우려가 없다면 퇴원할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른 조치다. 검사결과 이 여성이 인플루엔자A에 걸렸다고 확진을 받는다고 해도 위험성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B씨가 인플루엔자A 치료제인 항 바이러스 타미플루를 투여한 뒤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돼 타미플루 약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B씨는 지난달 26일 입국한 A씨가 호흡기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에 증상을 자신 신고한 다음날 수녀원에 머물렀던 사람들과 함께 타미플루를 투여했다.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타미플루는 국내에서 A형과 B형 인플루엔자를 치료하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았다. 감염된 사람과 접촉한 뒤 2일 이내에 타미플루를 투여하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B씨는 지난달 28일 밤부터 기침과 콧물, 목구멍통증 등 급성호흡기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조사-검사 대상자가 됐으며 1일에는 추정환자가 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B씨의 사례를 근거로 타미플루가 예방약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게다가 전염병 질환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가 있는데 감염자와 접촉한 후 2일 이내에 복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추정환자의 건강이 모두 매우 양호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타미플루의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경우에는 리렌자라는 새로운 대체약물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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