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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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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 곰탕’에 계란프라이 저녁… 경호팀 확인 거쳐
30일 오후 1시 21분 대검찰청 건물 앞에 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눈을 유난히 깜박거렸다. 얼굴엔 착잡한 심경이 묻어났고 기자들의 질문엔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출발할 때) 왜 국민께 면목 없다고 말했나’라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면목 없는 일이지요”라고 답했고, 이어 심경을 묻자 “다음에 합시다”라며 답을 피했다. 재차 질문이 나왔지만 “다음에 하자”며 말문을 닫았다. 목소리는 작았고 대답은 짧았다.
5시간 17분 동안 달려온 리무진 버스가 대검 청사 앞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경수 비서관, 문용욱 비서관이 차례로 내려 문 옆에 섰다. 노 전 대통령은 버스가 멈춘 지 2분여 만에 내려 잠시 포토라인에 섰다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은 허영 대검 사무국장의 안내로 7층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실에 들러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문 전 실장, 전 전 수석 등과 함께 10여 분간 차를 마시며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이 중수부장은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서 “수사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잘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운을 뗀 뒤 “검찰의 사명감과 정의감도 이해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서로 간의 입장을 존중해 달라”라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중수부 수사관의 안내로 오후 1시 45분경 11층에 있는 1120호 특별조사실에 들어갔으며, 본격적인 조사에 앞서 주임검사인 우병우 중수1과장과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며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노 전 대통령은 오후 6시 반경 조사실 옆방에서 문 전 실장 등과 함께 외부 식당에 주문한 1만3000원짜리 ‘곰탕 특(特)’ 메뉴에 계란프라이 등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검찰 직원과 청와대 경호팀 관계자는 직접 이 식당에 찾아가 맛을 보고 대검 청사로 들여오는 등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이날 조사가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동안 노 전 대통령은 틈틈이 휴식을 취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오랜 시간 동안 버스 여행으로 피곤한 기색을 보여 검찰은 조사의 큰 단락이 끝날 때마다 쉬는 시간을 마련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무 관련성’ 조사를 끝낸 뒤 오후 4시 10분경 10분간 한 차례 휴식했다. 또 ‘100만 달러 의혹’ 조사와 함께 저녁식사가 끝난 후 10분간 휴식, ‘500만 달러 의혹’ 조사를 오후 9시 10분까지 마치고 또 잠깐 쉰 뒤 마지막으로 ‘대통령 특수활동비 및 기타 부분’ 조사를 받았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