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100만달러’ 靑 거쳐 결국 노건호 유학비용으로?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박연차 “盧, 아들 줘야하니 돈 준비하라고 직접 전화”

盧 前대통령 부부

2007년 시애틀 방문때 16시간동안 일정 공백

아들 거주 샌프란시스코, 비행기로 두시간여 거리

외교관 통해 돈 갔을수도

“빚 갚는데 사용했다”노측 해명 거짓 가능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7년 6월 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건넨 100만 달러가 최종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의 미국 유학비용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2007년 6월 25일경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와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줘야 하니 100만 달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까지 받아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이 돈은 빚을 갚는 데 썼고, 노건호 씨에게 흘러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100만 달러, 시애틀에서 노건호 씨에게로?=100만 달러의 용처를 밝혀내기 위해 검찰은 2007년 6월 말 당시 노 전 대통령 부부의 행적을 추적했다. 노 전 대통령 부부는 박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건네받은 직후인 6월 30일 강원 평창군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과테말라로 출국했다. 노 전 대통령은 7박 8일 일정으로 과테말라로 떠나는 길에 중간기착지로 미국 시애틀에 들러 현지 교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시애틀에서 1박 2일 머무는 동안 노 전 대통령 부부의 공식일정은 오후 4시 모 호텔에서 열린 교포 간담회 하나밖에 없었다. 1시간여의 간담회가 끝난 뒤 다음 날 오전 9시 50분경 시애틀을 떠날 때까지 공식 행사는 없었다. 최소한 16시간 동안 일정이 없었던 셈이다. 검찰은 이때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팰러앨토에 있는 스탠퍼드대에서 유학 중이던 노건호 씨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애틀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검찰은 당시 시애틀총영사관에 근무했던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인 권찬호 씨가 100만 달러를 노건호 씨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2, 13일 이틀간 권 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행정고시 출신인 권 씨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로 발탁돼 의전비서관을 지내는 등 줄곧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검찰은 또 노건호 씨의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노건호 씨의 경호를 담당했던 이모 경호관도 12일 소환해 조사했다.

▽권 여사, 100만 달러 용처 함구=검찰은 당초 이 1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에게서 노건호 씨에게로 건너갔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7일 검찰이 예상하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서 “집사람(권 여사)이 그 돈을 받아 빚 갚는 데 썼다”고 밝힘에 따라 검찰은 지난 주말 권 여사를 부산지검에서 비공개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11일 검찰 조사에서 권 여사는 이 100만 달러가 누구의 빚을 갚는 데 사용됐는지에 대해서 입을 다물었다. 권 여사는 “그 사람이 신원이 알려지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됐지만 권 여사는 똑같은 대답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채무 변제인데 상대방이 무슨 피해가 있겠는가’, ‘달러로 빚을 갚았다는 것인데 상대방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버텼다고 한다.

권 여사의 이런 진술은 노 전 대통령에게서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줄 돈”이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박 회장의 진술과 상반된다. 권 여사의 진술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돈 받은 사실을 몰랐다”는 노 전 대통령이 형사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기간에 박 회장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포괄적 뇌물죄 등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지만 권 여사는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박 회장의 돈을 받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나 다른 공직자에게 구체적인 청탁을 한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라면 처벌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권 여사의 진술은 남편인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용처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는 것은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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