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바람잡이-40대 꽃뱀 中 원정사기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1분


땅보상 100억대 부자에 “골프 여행가자”

불법 도박-성매매 올가미 13억원 뜯어내

2007년 5월 이모 씨(56)는 친구 권모 씨(56), 김모 씨(74) 등과 함께 중국 산둥(山東) 성 웨이하이(威海) 시로 골프 여행을 갔다. 고향친구인 권 씨가 “서울 여의도에 빌딩을 갖고 있는 거부”라며 김 씨를 이 씨에게 소개시켜줬고 김 씨는 함께 골프를 치며 “중국에 잘 아는 사람이 있으니 골프 여행을 같이 가면 자기가 비용을 책임지겠다”고 말했기 때문.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이 씨가 땅을 보상받아 100억 원대 부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권 씨가 김 씨 등과 짜고 이 씨의 등을 치기 위해 벌인 일이었다. 돈 앞에서 고향 친구도 소용없었던 것.

중국에 간 이 씨에게 김 씨 등은 골프장에서 만난 것처럼 ‘꽃뱀’인 배모 씨(44)를 접근시켰다. 배 씨는 이 씨를 호텔에 설치된 불법 카지노로 유인해 성분을 알 수 없는 음료를 먹여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배 씨는 “자신이 돈을 빌려 주겠다”며 이 씨가 게임을 하도록 했고 이들은 서로 짜고 이 씨가 거액의 돈을 잃게 했다. 그리고 배 씨는 자신이 돈을 대신 갚아준 것처럼 속여 국내에서 8억여 원을 받았다.

또 이들은 이 씨가 유흥주점에서 술을 먹고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갖도록 유인한 뒤 중국 공안(公安)과 짜고 현장에서 적발했다. 그리고 이 씨에게 “돈을 안 내면 미성년자와 성매매한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살아야 한다”며 5억여 원을 뜯어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1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김 씨, 권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7년 5월부터 12월까지 이 씨를 비롯해 골프장에서 알게 된 안모 씨 등 3명을 같은 수법으로 속여 총 23억여 원을 챙긴 혐의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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