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홍콩계좌 자료 곧 입수”… 수사 급물살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500만 달러 실제 주인-대가성 여부 입증에 주력

관련자 진술 통해 朴-연-盧 연결고리 규명이 관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36)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와 노 전 대통령의 ‘관련성’을 검찰이 밝혀낼 수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이 문제의 500만 달러가 자신의 몫으로 건네졌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는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돈의 대가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액의 돈이 노 전 대통령 측으로 흘러간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 여부는 물론이고 형사처벌 가능성을 점칠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퇴임 전 알았다면 뇌물죄 가능=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대통령 퇴임 전에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은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사업상의 도움을 주고 퇴임 직전에 돈을 받았다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것.

검찰이 박 회장에게서 1억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구속 기소)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 것도 비슷한 논리다. 박 전 비서관은 2004년 12월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상품권을 받았는데, 검찰은 박 회장이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인사검증을 잘해달라는 뜻으로 상품권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민정수석의 직무에 정부 고위직 인사검증이 포함돼 있는 만큼 대가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200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도 두 전직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했다.

▽검찰, 돈 성격 규명 착수=이와 관련해 500만 달러가 2006년 베트남 정부가 발주한 4조 원대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박 회장이 수주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 것에 대한 사례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이 친환경 개발을 강조한 경남 김해시 화포천 개발사업 자금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이라면 두 가지 경우 모두 500만 달러의 대가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을 위해 건넸다는 연결고리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해외 사업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인 만큼 박 회장의 사업 수주와 500만 달러를 연결시켜 대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도 있다. 베트남 정부가 발주한 대형 공사를 따내기 위해 베트남명예총영사로 영향력이 있는 박 회장을 내세우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도 잘못된 판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 측은 “500만 달러의 존재를 최근에야 알았다”며 대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 돈의 정체를 알았다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홍만표 대검중수부 수사기획관은 2일 “박 회장의 비자금이 있던 APC 법인의 홍콩 계좌 관련 자료가 조만간 도착하면 (500만 달러의 성격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확보한 정황 증거를 토대로 계좌 자료를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를 벌여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이 돈의 정체를 알았고 왜 노 전 대통령 측으로 갔는지 밝히겠다는 것이다.

▽진술로 대가성 입증이 관건=하지만 500만 달러가 건네진 당사자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 씨라는 점은 검찰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이나 직계가족에게 직접 송금된 것이 아니어서 그만큼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최근까지 돈의 존재를 몰랐다고 하고 있고, 연 씨도 “박 회장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관련자 진술을 통해 ‘박 회장-연 씨-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얼마나 명확하게 밝혀내느냐가 수사의 관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돈이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가지 않았다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에 그 돈이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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