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대 ‘엉터리’, 논객 진중권-변희재 맞소송 준비

  • 입력 2009년 4월 1일 16시 13분


진중권 한예종 객원교수/변희재 인미협 정책위원장
진중권 한예종 객원교수/변희재 인미협 정책위원장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이 감히…”

“386 패거리 덕에 컸으면서…”

‘진보 논객’ 진중권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객원교수(중앙대 겸임교수)와 ‘보수 논객’ 변희재 인터넷 미디어 협회(인미협) 정책위원장이 명예훼손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진 교수(82학번)와 변 위원장(94학번)은 서울대 미학과 선·후배 사이다. 대표적 인터넷 논객이라는 두 사람은 심하게 다투고 있다. 진 교수는 변 위원장을 ‘듣보잡’이라 비하하고 변 위원장은 진 교수를 ‘실력 없는 386 패거리’라고 비난하고 있다.

최근 인미협 회원사들은 “한예종 황지우 총장, 심광현 영상원 교수, 진중권 교수 등이 주도한 미래교육준비단(단장 심광현 교수)의 30억 원대 ‘2008 U-AT 통섭교육사업(기술과 예술의 접목 사업)’에 부실 의혹 있다”는 보도를 내 보냈다. 현재는 변희재 위원장이 대표로 후속 취재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변 위원장 등은 진중권 교수가 지난해 1학기 한예종에서 ‘현대사상의 지평’이라는 강의를 하면서 연봉 4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미학과 석사 출신인 진중권 교수는 예술실기교육을 담당하는 한예종에서 객원교수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강의료도 너무 많이 지급됐다는 것.

또한 변 위원장은 진 교수가 한예종과 함께 U-AT 총서 출판프로젝트를 했는데 이 것 역시 졸속이라고 주장 했다. 총서 중 ‘컴퓨터 예술의 탄생’(진중권 편저, 휴머니스트)만 지난해 5월에 출간되었을 뿐 ‘ISAT 인터뷰’(진중권 역, 휴머니스트 출간 예정)는 현재까지도 출간되지 않은 상황이고, 출간된 ‘컴퓨터 예술의 탄생’ 역시 원저자인 일본 가와노 히로시(川野洋) 전 도쿄도립과학기술대 교수가 1982년 출간한 서적을 저자와의 인터뷰를 보강해 재출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지시로 2009년 예산 32억 6200만원 전액이 삭감돼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이미 집행된 사업에 대해서는 부실 시비를 밝혀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자 진중권 교수가 발끈했다. 그는 당장 변희재 위원장 등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희재 위원장도 무고죄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진 교수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인미협 측이) 나를 걸기 위해 학교를 끌어 들였다”며 “한예종 열 세 사람이 관여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좌파도 아니다. 386패거리가 날 밀어줬다고 하는데 심광현 교수와 나는 같은 학교만 다녔지 별로 친분 관계도 없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한예종에서 4000만원을 받고 1년 계약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강의료를 포함해 연구원 급료 등 서적을 출간하는 데 드는 제반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한예종 사업이지만 출판사 기획으로 진행했고 취재도 사비를 들여서 했다고 했다.

“연구원들을 저자로 키워내기 위해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 시켰어요. 누군가를 후학을 길러내야 하지 않나요. (현 정부 들어) 예산이 깎일 것을 미리 알고 한예종 사업이지만 출판사 기획으로 진행했어요. 편역자로 당연히 받아야 할 4% 인센티브도 원저자에게 다 돌렸습니다. 노학자를 붙들고 15시간이나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그 비용으로 드린 것입니다. 녹취하는 돈 50만원도 자비로 했고 번역도 마찬가지죠. 4000만원이 국민의 혈세인데 어떻게 허투루 쓰겠습니까. 애 써서 책 만들었더니 이번에는 후지다(나쁘다)고 해요. 그 책은 이미 일본, 독일에서 출간됐고, 미국 MIT에서도 올해 나왔어요. 분노합니다. 전문가들도 높게 평가하는데 자기들이 뭘 안다고.”

진 교수는 실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내가 카이스트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초빙교수로 3년이나 가르쳤어요. 저서 ‘현대미학 강의’는 대학 여기저기서 교재로 사용됐고 ‘서양미술사’는 작년 문화부 선정 우수 서적입니다. 제가 석사학위 밖에 없다고 박사학위도 못 따왔다고 하는데, 자기는 학사잖아요,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나요? 이번엔 반론권, 정정보도로 안 끝나요. 민사 형사 다 할 거예요.”

진 교수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미 감사에 들어가 자신에게도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왔다고 한다. 그는 자료 제출 준비 때문에 후속 출판 작업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한 학기만 강의를 한 것도 자기 탓은 아니라고 했다. 외압으로 강의를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좌파 척결이요? 당할게요. 그럼 대신 들어와서 이 작업 하라는 거여요. 왜 플랫폼을 바꿔요? 내가 얼마나 화가 나요. 연구원들 붙잡으려고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지금 다 놓쳤어요. 이번에는 묵과하지 못해요. 내가 인미협 기자를 협박 했다고 하는데, 밥까지 사 먹여 보냈어요. 그 기자가 잘 들어갔다는 이메일도 보냈는데 무슨 협박이예요. 증거도 다 있어요.”

하지만 변희재 위원장은 “지난해 인터넷 미디어 협회에 한예종 학생의 제보로 취재를 시작했다”며 “진중권은 깃털이다. 한예종 전체가 부실 덩어리”라고 주장했다.

“한예종 부실 정황은 어느 정도 다 파악이 된 상태입니다. 학교가 좌파 이론가들의 직장으로 변질됐어요. 진중권 씨와 사적은 감정은 없어요. 학교 다닐 때도 선후배 사이지만 안면은 없는 사이예요. 내가 자기한테 열등감이 있다고 하는 데 그런 것도 없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논객으로서 자격 상실이죠.”

변희재 위원장은 “예술 실기 학교인 한예종에 통섭과정을 개설한 것은 예술인 양성 전문가 능력이 없는 좌파 문화운동가들이 한예종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변 위원장은 “진중권 씨가 하루라도 빨리 검찰 고소를 해서 법정에서 판가름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중권 씨가 고소하는 즉시 소장을 검토해 한 줄이라도 허위사실이 명기되어있다면 무고죄로 맞고소를 하여 검찰이 한예종 전반을 수사하도록 촉구할 것이라는 것.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골은 깊었다.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왔지만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 ‘안티 조선’ 운동을 시작하던 때부터다. 지금은 보수 논객으로 분류되는 변희재 위원장이지만, 당시만 해도 안티조선 논객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진 교수에 따르면 당시 변 위원장과 운동 노선을 두고 몇 가지 의견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변 위원장은 부인했다.

두 사람은 2007년 8월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를 놓고 작품성 논란이 일었을 때도 TV 토론에서 크게 맞붙었다. 이 때 변 위원장은 “진중권은 나올 필요가 없는 패널”이라고 까지 했다.

2007년 9월 진중권 교수는 ‘디시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변 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랑 싸운 사람 중에서 나와 싸웠다는 걸로 3년 이상 장사해 먹는 놈이 그놈이에요. 나는 걔가 의도가 나쁘다는 거야. 내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 걔는 반대 입장을 취할 거란 거예요. 의사소통의 진정성 자체가 없다는 거죠. 이번에도 빅뉴스인가 또 만들었다고. 아니나 다를까. 늘 그런 식 이거든요. 대자보인가 만들고 그랬고. 그 후로 매번 뭐 만들면 나 걸거든요. 내가 그걸 알기 때문에 (상대를 안 해요).”

변 위원장은 지난 1월 인터넷 매체 ‘빅뉴스’에 진 교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솔직히 비싼 유학비 들여 남들 다 따오는 박사학위도 실패하고, 나이 50줄에 자기 전공도 아닌 분야에서 시간강사나 하며, 언제 방송이 불러줄까 기웃거리는 수준의 인물에 대해서 제가 열등감을 가질 이유가 뭡니까? 그렇다고 다른 시간강사들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기 분야에 대한 연구라도 집중하고 있습니까? 자기 분야 공부는 접어두고 방송사 주위만 맴도는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낄 거라 주장하는 그 사람이야말로 제 정신이 아닌 거지요.”

대표적인 인터넷 논객인 두 사람의 다툼에 대해 주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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