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에 사직한 교수… 33년 만에 되찾은 봄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총장-이사장 알력다툼에 ‘재임용 탈락’ 협박

교육부 복직허용후 패소… 대법서 손들어줘

재단 이사장과 총장 간 알력 다툼에 끼여 쫓겨났던 대학 교수가 법정 다툼을 통해 33년 만에 교수직을 되찾게 됐다.

문모 씨는 1962년 4월 조선대 공대 교수로 임용됐다. 문 씨는 학교 부설 시멘트 공장에서 혁신 기술을 개발한 데다 문 씨의 아버지가 자신의 땅을 대학 측에 싼 값으로 넘기는 등 대학에 많은 기여를 해 당시 총장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총장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재단 이사장은 문 씨를 ‘총장 측근’으로 분류해 밉보기 시작했다. 급기야 재임용 심사가 있던 1976년 2월 이사장은 문 씨에게 “재임용에서 탈락시킬 테니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자진해서 사표를 쓰라”고 요구했다. 심사기준 등에 못 미칠 경우 재임용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법률(1975년 제정)이 족쇄가 된 것.

재임용에 탈락되면 ‘문제 교수’로 찍혀 재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안 문 씨는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썼다. 이후 문 씨는 1980년 한 중공업 회사에 입사했다.

30년이 흐른 2005년 문 씨에게 복직의 희망이 생겼다. 부당하게 재임용 거부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문 씨는 곧바로 옛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재임용 재심사를 청구했고 위원회는 “강압에 의해 사표를 쓴 것으로 보인다”며 문 씨에게 복직의 길을 열어줬다.

이에 조선대 측은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에 교육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잇따라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교육부의 판단이 맞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 행정1부(부장판사 안영률)는 최근 “문 씨가 당시 강압에 의해 사표를 쓴 것으로 보여 재임용 탈락과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구제 대상이 된다”고 26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