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의원, 소공동 롯데호텔서도 달러뭉치 받아”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 검찰수사서 드러난 혐의

“李의원, 소공동 롯데호텔서도 달러뭉치 받아

美 한인식당-베트남 등 국내외서 7차례 수수”

양재동 만남의 광장서는 현금 2000만원 받아

26일 구속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의 혐의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총 1억6000여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따르면 이 의원은 7차례에 걸쳐 각각 다른 장소에서 돈을 받았다.

2004년 5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강서회관에서 박 회장의 부탁을 받은 이 식당 사장 K 씨에게서 2만 달러를 받았고, 2006년 8월 베트남 ‘태광비나’ 박 회장 사무실에서 박 회장에게서 직접 5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 의원이 국내에서도 거액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2006년 4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메트로폴리탄 식당에서 박 회장이 직접 미화 5만 달러를 건넸으며 지난해 3월에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만남의 광장에서 박 회장 직원이 2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의원은 정대근 회장에게서도 2004∼2006년 지역구인 강원도 평창에서 1만 달러, 서울 중구 충정로 농협중앙회 회장 사무실에서 1만 달러, 이 의원 자신의 차안에서 1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2003년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으로 근무할 때) 박 회장의 딸을 직원으로 데리고 있어서 사람들은 내가 박 회장과 친하고 돈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내 말을 믿지 않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더욱 조심했고 박 회장과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7일 이후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송은복 전 경남 김해시장,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등 5명이 모두 금품을 받은 혐의를 인정한 것과 달리 이 의원만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강서회관 사장 K 씨를 유력한 참고인으로 내세워 21일 이 의원을 소환조사할 때 대질조사를 하기도 했다. 대질조사에서 K 씨는 “이 의원을 한 차례 봤다”면서 이 의원과 악수를 할 때 봤다며 오른손 검지 첫마디가 잘려 있는 신체 특징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의원이 국내외를 다니면서 공항을 드나들다 거액의 달러를 소지하고 있는 것이 적발됐던 해프닝이 있었던 사실을 파악하고 이 역시 혐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제시했다.

검찰은 또 이달 초 이 의원에 대한 의혹이 보도된 뒤 이 의원 보좌관 신모 씨가 박 회장 쪽 인사와 접촉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신 씨는 한강 둔치 등에서 박 회장 측 인사와 만나 “이 의원이 베트남에서 5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원모 씨에게 2만 달러를 준 것으로 해 달라”고 진술 번복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 의원이 자신의 변호인인 J 변호사를 박 회장 변호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수사 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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