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로비’ 박정규-장인태 체포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5분


검찰 “이광재의원 보좌관 2명, 박연차측 접촉 증거인멸 시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23일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수사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 시절의 청와대 고위 인사가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2004년 6월경 박 회장에게서 1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상당히 많은 업무가 (민정수석의 업무에) 포함된다”며 박 전 수석이 받은 금품이 직무와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으나 박 전 수석은 “청탁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대검 공보관 등을 지낸 검사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공부를 함께했던 인연이 있다. 검찰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박 전 수석을 집에서 체포했다.

앞서 22일 오후에는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장 전 차관은 2004년 6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박 회장에게서 수억 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6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1000만 원을 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또 지난해 12월 박 회장이 구속 수감된 뒤 이 의원의 보좌관 2명이 박 회장 측과 접촉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정황을 파악하고 이들을 22일 소환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추부길 前비서관 구속

검찰은 지난해 9월 태광실업 등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박 회장에게서 2억여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을 23일 구속 수감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초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이 박 회장과 억대의 금전 거래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수석의 동생은 23일 해명서를 통해 “2003년 3월 박 회장에게 7억 원을 빌린 직후 그중 5억4000만 원을 형님에게 (변호사) 사무실 보증금으로 대여했다가 7개월 뒤인 11월경 돈을 모두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