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대 공학계열 합격 염현수씨

  • 입력 2009년 3월 10일 03시 01분


《“공부 비결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2009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서울대 공학계열에 합격한 염현수 씨(19)의 말이다. 서울 오산고등학교를 졸업한 염 씨는 고교 첫 시험인 반 편성 배치고사에서 전체 360여 명 중 85등을 한 중위권이었다. 하지만 학교시험을 치를 때마다 성적이 오르기 시작해 1년 만에 전교 석차가 80등 뛰었다. 이후 자연계반 통틀어 전교 1, 2등을 놓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공부에 전념했다는 염 씨. 학원에 다니는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그는 공부 잘하는 제1법칙에 대해 ‘시간 투자’라고 강조한다.》

공부는 질 < 양! …책상 앞에 앉은 시간 늘리고 또 늘렸죠

○피아노 치고 수학공부 하고

염 씨는 어려서부터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파고드는 스타일이었다. 부모의 권유로 시작한 하모니카, 바둑, 그림 그리기 등은 학원을 다닌 지 3개월 만에 그만뒀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무렵 피아노를 접할 땐 눈빛이 달라졌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매일 학원을 찾아가 2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했다. “손가락이 길어 피아노를 잘 친다”는 학원 강사의 칭찬에 신이 나 연습에 매진했고 각종 대회에서 상도 여러 번 탔다.

수학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4학년이 돼서 친구와 함께 수학 과외를 받았는데 수업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다른 수업시간에는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혼나는 일이 많았지만 수학수업은 귀담아들었다.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100점을 맞으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염 씨는 수학을 빼놓곤 공부를 잘한다거나 열심히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중학생이 돼서도 그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 수 있을까’였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PC방, 노래방을 찾아다니며 노느라 바빴다. 자연스레 귀가시간은 밤 10시를 넘기는 날이 많았다. 물론 “도서관에서 공부했다”는 말로 부모를 안심(?)시켰다.

가슴 한구석에 부모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 잡아, 시험기간 만큼은 공부를 했고 반 석차 10등을 간신히 유지할 수 있었다. 수학, 과학 점수가 평균 90점대였음에 반해 흥미를 못 느낀 도덕, 사회 과목은 60점대를 밑돌았다. 영어 성적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2학년 때 외국인과 1년 정도 영어회화 수업을 하면서 재미를 붙였다. 단어를 무조건 암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염 씨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이른바 ‘모범생’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공부에 욕심이 생긴 것.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 과목 90점을 넘자’는 목표로 공부했다. 암기과목도 꼼꼼히 공부해 졸업할 무렵 반에서 3, 4등으로 석차를 올렸다.

성적 결과에 우쭐해져 친구들과 방학 동안 어떻게 놀까 고민하던 염 씨에게 사촌형은 “중3 겨울방학이 고등학교 3년 성적을 결정한다”고 조언했다. 이 말에 자극을 받은 염 씨는 곧바로 대형 단과학원에 등록해 영문법과 수학I 과정을 수강했다. 내심 고등학교 반 편성 고사 성적도 좋으리라 예상했지만 결과가 그렇지 않자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공부는 질? 아니다. 공부는 양이다!

담임교사는 의기소침해진 그를 위로하며 학습계획표를 짜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욕심이 앞선 탓에 무리하게 계획을 세워 학습량의 절반도 해내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염 씨는 “한 과목에 편중되거나 몰아서 하는 학습법은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담임교사의 얘기를 듣고 공부습관을 바꿨다. 주요 과목 중심으로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방식을 택한 것. 단 ‘그날 계획한 목표는 그날 안에 끝내자’고 굳게 다짐했다.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고나서도 보통 새벽 2,3시가 넘어서야 계획한 공부 양을 마칠 수 있었다.

염 씨는 “늦게까지 공부한 다음날엔 졸음을 쫓으려고 눈을 자주 비벼 빨갛게 충혈된 경우도 많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점차 적응해 갔다”고 말했다. 다행히 아버지의 권유로 6년간 태권도를 배우며 체력을 키웠기 때문에 새벽 시간대에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교에서 매일 1,2시간씩 진행되는 특강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과목을 번갈아가며 심화학습 위주로 진행했기 때문에 따로 학원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염 씨는 “학원을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조차 줄일 수 있어 공부시간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자연계열 진학을 결심한 염 씨는 고등학교 1학년 여름, 겨울방학 동안 수학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입시에서 수학 비중이 높고 공부 양이 많아 일찍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본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는 문제집을 풀면서 응용력을 키워갔다.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접하면 3,4일씩 고민해 결국 답을 찾아냈다. 그의 방에는 여러 권의 수학문제집이 쌓여갔고 수학성적은 늘 전국 최상위권이었다.

영어의 경우 미리 문법 기초를 튼튼하게 다져놓은 덕에 공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어사전을 먼저 찾지 않고 맥락 안에서 의미를 파악하려고 연습했다. 언어 영역은 기출문제 위주로 파고들었고 과학탐구 영역은 수업시간에 기본 개념을 확실히 짚고 넘어갔다.

염 씨는 3년 동안 변함없이 학습계획표를 작성했고 스스로 공부하는 법에 익숙해지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어느 날은 교실에 혼자 남아 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생활에 많이 지치기도 했지만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벌레’라는 애칭을 얻었다.

염 씨는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믿었다”면서 “힘들더라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고 그 시간을 계속 늘려 가면 누구나 원하는 만큼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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