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미달 너무 많아 놀라… 취약지역에 예산 집중 지원”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 성취도 공개배경-대책

1200개 학교 선별해 최고 1억 지원-교사 증원

2011년 학교별 공개 앞두고 원인분석 등 보강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시군구 단위의 학업성취도를 전격 공개한 것은 환부를 덮어둘 것이 아니라 드러내서 치료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부 학생에서 전체 학생으로 평가 대상을 확대해 보니 당초 예상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훨씬 많았던 것. 교과부는 그동안 감춰졌던 지역별 격차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평가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감춰졌던 ‘위기의 학생’=지난해 10월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할 당시만 해도 교과부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되 결과는 3∼5%만 표본으로 추출해 공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체 학생의 성적을 들여다본 결과 판단 착오였음이 드러났다.

그동안 표본 집단 평가를 통해 ‘2003년 이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꾸준히 감소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전수 평가 결과는 달랐다. 2007년 평가에서 5.3%였던 중3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0.4%로 급증한 것이다.

심은석 교과부 학교정책국장은 “전수조사를 하기 전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면서 “표집 평가에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가운데 수만 명이 파악조차 안 된 채 대책 없이 다음 학년으로 떠밀려 올라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심했던 지역별 공개=지금까지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지역별 학력 격차도 이번 발표로 드러났다. 교육 당국은 학교별 격차도 파악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업성취도 전체 평가와 공개가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주장했지만 교과부의 시각은 반대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전수 평가를 해보니 오히려 학교 서열화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서 서열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학력 격차가 워낙 예민한 문제라 교과부는 발표 며칠 전까지도 시도 단위만 공개할지, 180개 지역교육청까지 공개할지에 대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가 결과 분명하게 드러난 지역별 격차를 제대로 공개해서 고쳐가자는 취지에 따라 지역별 성취도를 밝히기로 했다.

교육정보공개법에 따라 2010년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2011년에 학교별로 공개되기 때문에 미리 지역별 공개를 통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신뢰도와 원인 분석이 과제=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몰린 학교나 지역에 예산을 지원해 장학금, 보조교사, 학력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평가 결과가 나쁘게 나온 학교나 지역에 대해 ‘채찍’보다 ‘당근’을 제공하기로 한 것.

올해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밀집 학교’ 1200여 개를 선정해서 학교당 5000만∼1억 원을 지원한다. 하반기에는 초등 900명, 중등 5100명의 인턴교사를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는 평가 결과만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일부 학교가 시험을 거부하거나 백지답안을 제출하면서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는 학력이 높기로 유명한데도 백지답안이 속출하는 바람에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평균 30.7%나 됐다.

평가 결과에 상응하는 원인 분석이 안 된 것도 문제다.

표본을 뽑아 평가할 때에는 시험과 동시에 가정환경, 사교육 정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해 분석에 활용했는데 전수 조사에서는 이런 절차가 없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일단 각 시도교육청에 현장실사를 지시했다. 평가 결과가 유독 이상한 학교는 평가 진행상의 오류를 조사해 지원 대상인지 가리겠다는 것.

시도교육청은 17일 평가 및 실사 결과와 함께 학교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장관은 “올해부터는 평가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평가와 환경 조사를 병행해서 학력 격차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