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실종 주부도 바로 여기서…

■ 부녀자 연쇄실종 경기 서남부 버스정류장 3곳 가보니

인적 드물고 주변에 CCTV 없어

경기 군포시 20대 여성 A 씨 살해사건의 피의자 강모(39) 씨의 축사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이 지난해 11월 9일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정류장에서 실종된 주부 김모 씨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김 씨가 실종된 지점인 수인산업도로 버스정류장도 황량했다. 200m 떨어진 아파트촌으로 이어지는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정류장 맞은편에는 경찰초소가 있다. 이번 군포 사건을 계기로 20일 전 만들어진 것이다. 경찰은 상주하지 않고 폐쇄회로(CC)TV도 보이지 않았다.

10분간 버스가 4대 지나갔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은 1명이 전부. 버스정류장에 내린 주부 이모(50) 씨는 “밤이 되면 가로등이 켜지지만 실종 사건이 있은 뒤부터는 애들에게 늦은 시간에 버스정류장을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2007년 1월 11일 여대생 B 씨가 실종된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버스정류장 주위는 사람들과 차량으로 붐볐다. 근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근무하는 이모(49) 씨는 “주변에 사람이 많이 다녀 납치당할 만한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씨와 B 씨가 실종된 버스정류장은 A 씨가 실종된 군포보건소 버스정류장에서 각각 4km, 6km 정도 떨어져 있다.

최근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발생한 5건의 실종 사건 중 3건이 버스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인적이 드문 버스정류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종 사건이 발생한 버스정류장 세 곳을 29일 직접 찾아봤다.

A 씨가 납치된 시간대인 오후 3시, 군포보건소 앞 정류장에 1시간 동안 서 있었다. A 씨 유족은 “우리 딸이 아무 차나 탈 리가 없다”며 범인의 승용차에 탔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버스 운전사 소모(45) 씨는 “A 씨가 기다리던 6-1번 버스는 한 시간에 4대가 돌아가며 12분에 한 번씩 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버스 운행 시간이 불규칙해 추운 겨울에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도 버스는 10분 넘게 오지 않다가 1분 간격으로 2대가 연이어 오기도 했다.

버스정류장 뒤 주택에 사는 이모(70) 씨는 “보건소 진료가 있는 날이면 노인 손님들이 줄을 서지만 평소 승객 한 명 보기 어렵다”며 “하지만 차는 많이 다니는 길이어서 낮에 누군가를 강제로 태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인은 10분에 1명이 지나갈 정도로 한적했고 주변에 CCTV는 보이지 않았다.

안산=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