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경찰진압 ‘부실투성이’

  • 입력 2009년 1월 22일 11시 02분


서울 용산 철거민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실제 작전이 사전에 안전을 위해 세운 계획을 거의 따르지 않은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진압작전에 들어가기 직전에 세워 김석기 청장으로부터 승인받은 '1.20 전철연 한강로3가 남일당빌딩 점거농성장 진입계획' 문건에 따르면 경찰은 철거민들이 20¤들이 시너통 60여개, 화염병 5박스(120여개) 등을 준비한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경찰병력이 진입할 경우 철거민들이 '극렬 저항 및 분신, 투신, 자해, 가스통을 이용한 방화나 화염 방사 등 극단적 돌출행동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때문에 경찰은 진입 대책으로 미리 물을 뿌려 시위용품을 최대한 소모하도록해야 하고 유류 화재 진화가 가능한 소화기나 소화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농성자들의 투신에 대비해 작전시 건물 하단에 매트리스나 그물망, 에어매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이 사전에 세운 대책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 참사로 이어진 뒤에는 미리 파악해놓은 농성 현장 현황이나 각종 위험성을 "몰랐다"고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은 진압 작전이 끝난 20일 오후 브리핑에서 "먼 발치에서 봐서 흰 통인 건 알았지만 그게 시너인지 뭔지는 몰랐다"고 시너통 60개의 존재를 미리 파악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또 분신, 투신, 자해, 가스통 방화 등 각종 돌출행동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예견하고 대책까지 세워놨음에도 불구하고 "시너를 자신들에게 뿌리는 등 자살행위까지 할 줄은 예상 못했다"며 빠져나가려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참사가 발생하자 뒤늦게 농성장 안에 위험물질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경찰이 위험성을 파악하고도 왜 그같이 서둘러 진압에 나섰는지도 의문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미리 계획한 진입 대책도 20일 오전의 실제 진압작전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물을 뿌려 시위용품을 최대한 소모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지만 농성자들이 최후까지 저항했던 망루 안에는 결과적으로 이 망루를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것은 물론 다수의 사상자를 낼 용량의 시너가 충분히 남아있었다.

유류 화재 진화가 가능한 소화기나 소화전도 미리 배치되지 않아 용산소방서가 유류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화학차 2대를 현장에 출동시킨 시간은 오전 7시28분으로 기록돼 있고 현장에서 진화를 시작한 것은 7시40분이었다. 이 때는 사망자를 발생하게 한 망루가 이미 화재로 무너져 내린 뒤였다.

투신에 대비한 매트리스나 그물망, 에어매트 등도 건물 주변에 설치되지 않아 용산 중대병원에서 치료 중인 철거민 이모씨는 옥상에서 뛰어내려 다리 등이 부러졌고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지모씨도 투신으로 골절상을 입었다.

경찰은 작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 오전 7시30분경 옥상 농성자 3명이 투신하겠다고 경고하자 그제서야 매트리스 설치 등 안전조치를 지시했다.

진압작전을 시행한 특공대의 투입 시기도 경찰 설명과 맞지 않는다.

경찰은 "19일 낮 12시30분 현장에서 진행된 1차 대책회의에서 용산경찰서장이 특공대 투입을 요청했고 같은 날 저녁 2차 대책회의에서 특공대 투입이 최종 승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작성한 이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철거민들이 건물 점거를 시작한지 4시간 뒤인 19일 오전 9시에 이미 경찰특공대 2개 제대 40여명을 현장에 출동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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