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前청장 부인 “아는대로 얘기했을 뿐”

  • 입력 2009년 1월 15일 03시 04분


全 前청장 “이 어리석은 사람아”

■ ‘학동마을’의 진실 갈수록 오리무중

全씨, 면회온 부인에 “왜 미리 상의도 않고…” 버럭 역정

부인 李씨 “당신이 MB 뒷조사 안했는데 왜 고생” 눈물



한상률 국세청장의 부인에게서 고가의 그림을 받았다고 밝힌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 씨는 12일 발언 경위를 묻는 남편의 변호인에게 “아는 대로 얘기했을 뿐이다. 별것도 아닌 건데 몇 푼이나 한다고 그러느냐”고 말했다.

이는 ‘없는 말을 한 것은 아니다’는 뜻으로 보여 한 청장과 전 전 청장이 그림 상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과 배치된다.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된 전 전 청장의 변호를 맡아온 박영화 변호사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12일 신문 보도를 보고 놀라서 이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했냐고 물었더니 이 씨가 ‘그런 게 실렸어요? 그게 뭐가 문제예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너무 황당해서 ‘정신이 있으십니까’라고 했더니 ‘지금 (남편) 면회 가는 길이니까 나중에 통화하죠’라며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2일 전 전 청장을 면회하면서 “있지도 않은 얘기를 왜 떠벌리고 다니느냐”며 호된 꾸중을 듣고 나온 뒤 잠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를 했다가 전 전 청장이 불같이 화를 내고 사태가 감당할 수 없이 커지자 크게 당황해 잠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튿날인 13일 전 전 청장을 접견한 박 변호사에 따르면 전 전 청장은 부인에 대한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이 씨도 남편이 1년 가까이 재판을 받느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지금도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고 박 변호사는 전했다.

한편 12일 이 씨와 함께 전 전 청장을 면회했던 전 전 청장의 고교 동창인 이모 씨도 1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면회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다.

부인 이 씨는 이날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전 전 청장의 추궁에 “나는 당신을 구명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다 하고 있어요. 잘 해보려고 그런 거예요”라고 대답했다는 것.

이 말에 흥분한 전 전 청장은 “이 어리석은 사람아, 있지도 않은 일을 있었던 것처럼 얘기해버리면 어떻게 해. 그렇게 할 거면 미리 나와 상의를 하든가”라며 버럭 화를 냈다고 친구 이 씨는 전했다.

부인 이 씨는 남편이 계속 질책하자 “당신이 MB(이명박 대통령) 뒷조사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울먹이며 말했다고 한다.

친구 이 씨는 “전 전 청장의 부인이 계속되는 패소로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어딘가에서 남편을 음해하는 얘기를 듣고, 남편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한 청장에게서 그림을 받았다는 얘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전 청장을 면회한 전 전 청장의 친구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를 전 전 청장이 주도적으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 씨가 흥분해서 일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부인 이 씨는 이날 오후 3시 반경 남편 면회를 마친 뒤에도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 친구 이 씨 등 면회를 간 일행 4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부인 이 씨는 먼저 자리를 떴고 그 후 친구 이 씨와 연락이 끊겼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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