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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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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 설치된 일반학교 극히 드물어
경기 광주서 분당 통학하다 자폐 악화도
“가까운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지체장애 2급인 박승호(가명·17·성남시 수정구) 군은 학교에 가면 1, 2교시는 수업을 듣지 못하고 빈 교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는 경우가 많다.
몸이 불편한 박 군은 40∼50분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면 녹초가 된다. 버스도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올 초 박 군은 장애인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장애학생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가 없어서 장거리 통학을 하게 됐다. 비가 오거나 차가 막히는 날이면 학교에 가기가 두렵다고 한다.
▽학교 다니기 힘들어요=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기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학교는 장애인만 모아 교육하는 특수학교와 장애인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일반학교로 나뉜다. 장애학생과 학부모들은 장애인 특수학교보다 장애인 특수학급을 둔 일반학교를 선호한다.
박 군의 어머니 김모 씨는 “심한 장애가 아니라면 장애학생과 학부모들은 또래와 어울릴 수 있는 일반학교에 진학하길 원한다”며 “그러나 주변에 장애인 특수학급을 갖춘 일반학교가 없다 보니 ‘학교 찾아 삼만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지체장애 2급인 송모(17) 군은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경기 광주로 이사했지만 분당에 있는 학교로 매일 통학한다. 광주 집 부근에 장애인 특수학급이 있는 일반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 가는 데 매일 한 시간 이상 걸리다 보니 등교 스트레스가 심해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하고 자폐증세도 심해졌다.
▽특수학급 설치된 고교는 20% 미만=현재 초중고교에 다니는 장애학생은 대략 6만 명으로 추산된다.
장애인특수교육법상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진학할 경우 해당학교는 일반 수업 외에 장애인 교육을 위한 특수학급, 관련 인원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학년이 높아질수록 특수학급이 설치된 학교는 적어진다.
장애인교육권연대에 따르면 장애인 특수학급이 설치된 학교는 초등학교 56.5%, 중학교 34.8%, 고등학교 19.9%로 낮아진다. 특히 서울은 특수학급 설치 고교 비율이 14.8%로 부산 22.9%, 인천 46.8%, 대전 33.3%, 광주 25.8% 등에 비해 낮다.
발달장애 박상준(17·서울 강북구 수유동) 군은 매일 오전 6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거주지역인 강북구에는 특수학급이 설치된 고교가 한 곳도 없어 도봉구 내 학교에 가야 한다.
특수학교도 사정은 같다. 2008년 서울시 특수학교 통학 현황을 보면 전체 4958명 중 30분 이내로 등교하는 학생은 2524명에 그친다. 2162명(1시간), 268명(2시간 이내) 4명(2시간 이상) 등 절반 가까이는 장거리 등교를 한다.
구교현 장애인교육권연대 조직국장은 “서울 사립 199개 고교 중 특수학급이 설치된 곳은 3개교에 불과하다”며 “장애학생이 학교 학력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에 학교가 특수학급 설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