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39명 미니학교 올 경시대회 상만 106개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8분


내년이면 문을 닫는 전남 무안 해제동초등학교 아이들이 올해 받은 상장을 걸어놓은 복도 게시판에서 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 해제동초등학교
내년이면 문을 닫는 전남 무안 해제동초등학교 아이들이 올해 받은 상장을 걸어놓은 복도 게시판에서 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 해제동초등학교
“학교가 없어진다고 다들 어깨가 축 처졌는데…. 멋진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신 선생님들이 너무 고마워요.”

전남 무안군 해제동초등학교 5학년 최정오(12) 군은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전국 초등학교 안전문화 홍보포스터 그리기대회에서 동상을 받았다. 함께 대회에 나간 11명도 장려상을 수상했다.

전교생이 39명에 불과한 이 학교는 4월 25일 법의 날 기념 전국남녀웅변대회에서도 6명이 출전해 대상과 특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휩쓸었다.

시골 미니학교인 해제동초교가 올해 각종 경시대회에서 받은 상은 106개. 전국 단위 상은 24개, 도 단위는 82개로 학생 1인당 2.7개꼴로 상을 탔다.

개교 58년 만에 올해 최고 경사를 맞았지만 이 학교는 내년에 문을 닫는다. 학생 수가 해마다 줄어 통폐합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4년 전부터 폐교 이야기가 나오면서 학내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침체된 학교에 희망을 불어넣은 것은 교사들이었다. 교사들은 학습의욕을 잃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3월부터 웅변을 가르쳤다. 방과 후에 교사 1명이 6, 7명의 아이들을 지도하고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1명씩 나와 웅변을 하는 모의 대회를 수차례 열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받아온 상장에다 얼굴사진을 넣어 1층과 2층 사이 복도에 걸어놓았다. 김진대(6학년) 군은 “내년에 폐교가 되지 않는다면 복도에 상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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